中 베이징 140년만의 최대 폭우...70시간 동안 745㎜ 장대비

2023-08-02 18:34
수도권 일대 20명 사망, 60만명 이재민
'베이징' 사수...허베이성 마을 '희생'도
베이징 신공항, '習의 도시' 슝안신구도 '침수'

140년만의 최대 폭우가 쏟아진 수도 베이징에서 1일 홍수 피해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140년만의 최대 폭우가 쏟아져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중국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밤부터 이달 2일 아침까지 베이징 수도권 일대에는 약 70시간 폭우가 쏟아졌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이번 나흘 동안 베이징 지역에 앞선 140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밝혔다.

베이징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서북부 창핑구에는 이 기간 총 744.8㎜의 폭우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기록이 남아있는 역대 최대 강우량은 1891년 7월의 609㎜다. 베이징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진 2012년 7월 21일에도 강우량은 541㎜였다.

허베이성에도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허베이성 링청현에는 7월29일부터 8월 1일까지 사흘간 최고 1003㎜ 강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년 동안 내릴 비가 사흘간 쏟아진 셈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140년만의 역대급 폭우로 베이징은 1998년에 건설한 홍수예방용 저수지를 처음 동원했을 정도다. 또 수도 베이징을 홍수로부터 '사수'하기 위해 허베이성 지역의 하천 주변 저지대 7곳이 '희생'돼 저수지, 유수지로 활용됐다. 이로 인해 약 84만명이 넘는 저지대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현재 이들 마을은 완전히 물에 잠겨 '물바다'로 변한 상태다.

이번 폭우로 곳곳서 피해가 속출했다.  2019년 9월 우리 돈 약 14조원을 투입해 새로 지은 베이징 다싱국제공항도 홍수를 피해가진 못했다. 중국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다싱국제공항 항공기 계류장이 물바다가 영상이 올라왔다. 폭우로 물이 차면서 항공기 바퀴가 절반 정도 물에 잠겨있다.  이밖에 '시진핑의 도시'로 짓고 있는 허베이성 슝안신구도 홍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1일 기준 베이징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최소 2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허베이성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이재민도 약 60만명에 육박했다. 인구 60만명 이상의 도시인 허베이성 줘저우는 사실상 반쯤 물에 잠겨 약 13만4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 구조당국은 지금까지 총 8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며, 현재 헬리콥터와 구명보트 등을 이용해 주민들을 구조 중이라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전날 모든 지역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며 부상자 치료와 희생자 가족 위로를 잘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교통, 통신, 전력 등 손상된 기반 시설을 신속하게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수도권 일대 폭우 피해가 유독 컸던 것은 태풍 독수리가 상륙한 뒤 세력이 약해졌지만, 몰고 온 수증기가 동쪽의 아열대 고기압과 남동풍, 북부의 산지 지형 때문에 수도권과 내륙에 비구름이 오래 머물게 됐다고 기상당국은 설명했다. 게다가 서태평양 괌 인근에서 발생한 제6호 태풍 '카눈'이 몰고  따뜻하고 습한 기류와 수증기가 폭우의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비구름이 이동한 헤이룽장성 동남부와 지린성 중동부에서도 국지적으로 폭우가 내릴 수 있는 데다, 남쪽에서 접근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이 곧 중국 동남부 푸젠성과 저장성 해안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