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물가의 허상] 상추 1kg에 2만5000원…세 자릿수 급등에 서민들 '멘붕'

2023-08-02 16:00
지난달 집중호우에 공급 부족…정부, 유통업계에 가격인상 자제 요청
가격 안정세에도 태풍·폭염 등 기상 변수…품목별 할인 지원 확대

7월 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집중호우로 상추, 시금치 등 채소 가격이 한 달만에 세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내며 밥상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폭염, 태풍 등 기상 여건이 변수로 떠오르며 먹거리가 물가 상승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상추 100g의 소매가격은 이달 1일 기준 2475원으로 1개월전 1074원에 비해 130.5%가 올랐다. 한달 사이 무려 두배 넘게 가격이 뛴 셈이며 평년 대비로도 82.8%가 높은 수준이다.

시금치도 2145원(100g)으로 한달 새 가격이 130.5% 올랐으며 얼갈이배추는 84.6%, 오이 39.0%, 미나리 31.7%, 수박 21.1% 등 수해 피해가 컸던 시설채소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상추 등은 높은 가격에도 주산지인 충청권의 수해 복구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공급마저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축 등이 어려운 시설채소의 경우 당장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대형마트 및 농협 등 유관기관과 '농축산물 수급상황 간담회'를 열고 유통업계에 지나친 가격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설채소 외에 다른 품목의 수급 여건은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지만 농축산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폭염·태풍 등 날씨가 변수다. 

특히 지난해 9월 태풍으로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 배추는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줄면서 8월 공급량은 전년대비 7%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고온다습한 기후로 무름병 등 병해가 확산될 경우 출하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 

무 역시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최근 잦은 강우와 고온 영향으로 단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고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추 등 시설 채소는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서 높은 가격이 불가피하다. 

닭고기의 경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달 집중호우에 따른 축사 피해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여름철 고온 다습한 날씨로 축산물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휴가철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비축‧계약재배, 수입 조치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면서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할인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양파·상추·시금치·깻잎·닭고기·감자·오이·애호박·토마토·당근·청양고추까지 11종을 선정,  1인당 1만원 한도로 20%(전통시장 30%)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격 강세를 보인 시설채소의 공급 여건 개선으로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도 지나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정부도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할인 지원을 지속 추진하는 등 여름철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