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게 영화구나"…이병헌→박보영이 그린 인간 군상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07-31 18:40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시사회에 출연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김도윤, 박지후, 김선영, 박서준, 박보영, 이병헌. 2023.07.3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여름 극장 '1000억 전쟁'의 마지막 주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베일을 벗었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 '아파트'를 배경으로 재난을 맞닥뜨린 인간 군상을 탄탄하게 그려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여름 대전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엄태화 감독과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대지진의 재난 후 단 한 채의 아파트만 살아남았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잉투기'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갔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세트, 미술, 분장, CG 등 현실성에 포커싱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엄 감독은 "한국 사람들은 이런 재난 속에서 이런 모습일 거로 생각하며 만들었고 그 현실이 주는 블랙 코미디가 있었다. 그런 점을 잘 살려보려고 했다. 그 점이 SF나 판타지 장르와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 속 인간 군상을 면밀히 톺는다.

엄 감독은 "제목에서도 주제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소재라 생각한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생각했던 건 주제에 매몰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중요한 공간으로 작용하는 아파트에 관해서도 깊은 이해를 거쳤다고. 엄 감독은 "원작 웹툰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소재가 아파트인데 이 영화에 잘 담기 위해 공부했다. 1970~1980년대 아파트라는 것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버블세대와 맞물려 빠르게 발전했는데 이런 한국 사회를 다루다 보니까 극과 연결되는 부분이 생기지 않았나 한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극 중 주민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연기했다. 등장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병헌은 자신을 완벽히 지우고 '영탁'이라는 인물을 채워냈다. '이병헌'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신뢰감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연기력이었다.

이병헌은 "선과 악이 존재하는 사람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다. 다르고 다양했고, 그래서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라며 "이들이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 보여지는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릴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면서 중간중간 블랙 코미디가 보이는 것이 오랜만이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신나게 촬영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이병헌이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07.3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엄태화 감독도 이병헌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영탁'을 직관적인 캐릭터로 그렸으나 이병헌의 연기를 보고 심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부연이었다.

엄 감독은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이 재난 이후 인정을 받으면서 바로 권력욕이 바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병헌 배우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서 극한의 상황에 부닥치면서 점차 바뀌는 인물로 표현하자는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신을 추가한 것이 영탁이 아파트를 쳐다보는 장면인데 이병헌 배우가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을 보고 짜릿함을 느꼈다. '이게 영화구나' 싶더라"고 거들었다.

박서준은 극 중 가족을 지키는 것이 단 하나의 목표가 된 '민성'으로 등장했다. 생존을 위해 점차 변해가는 인물의 심리를 잘 살려냈다.

박서준은 "아파트 세트나 주변 환경을 현실감 있게 준비해 주셔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현장이었다. 촬영 후 2년 만에 보게 돼 신선했다. 촬영할 때 생각도 났다"고 말했다.

또 극 중 부부로 등장하는 '명화' 역의 박보영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론 둘의 관계가 참 짠하단 생각이 많이 들고 아쉽기도 했다. 더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명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자꾸만 박보영이 튀어나와 잠재우느라 힘들었는데 엄 감독께서 도움을 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 박서준과의 호흡에 관해 "알콩달콩한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은 아쉬울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부부를 보여드린 거에 만족한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또 알콩달콩한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보겠다"고 거들었다.

이에 엄태화 감독은 "극 중 '민성'이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면 재난 전의 두 사람이 어떻게 알콩달콩하게 지냈는지 전사라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만듦새로 호평받았다. 엄 감독이 그린 디스토피아 속 광기 어린 눈을 빛내는 배우들의 열연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여름 영화로는 다소 무겁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엄 감독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보다 보면 무더위를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국내 개봉 전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엄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결국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한다"며 한국적 정서를 가진 아파트를 소재로 하지만 인물을 잘 따라간다면 해외 관객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고 거들었다.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9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30분이고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