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비 벌써 작년 수준 맞먹어…'비상금' 예비비까지 헐릴 듯

2023-07-31 05:00
이달 호우 피해, 작년 7~8월 수해 합친 정도
작년 복구비 1.6조, 올해 예비비 투입 불가피
곧 태풍 시즌, 여름 내내 이상기후 지속 전망
추경은 없다는데, 복구예산 충분한지 의구심

[사진=연합뉴스]

이달 극한 호우에 따른 수해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8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태풍 시즌은 아직 도래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여름철 수해 복구비로만 1조6000억원 이상이 지출됐다. 올해는 그 이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 비상금으로 불리는 예비비까지 투입해야 할 판이다. 

30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내린 호우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경작지는 3만6252㏊(27일 오전 6시 기준)에 달한다. 농경지 613.6㏊가 유실·매몰됐고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61.2㏊가 파손됐다. 사유 시설 피해는 4370건, 공공시설 피해는 9514건에 이른다. 

서울 신림동 반지하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해 8월 호우 때는 저지대 주택 2만7262가구가 침수됐고 농경지 410㏊, 농작물 4449㏊ 등이 피해를 입었다. 직후 9월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또다시 농경지 338.6㏊와 농작물 5만2524.3㏊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8~9월 집계된 공공시설 피해는 올해 극한 호우와 비교해 절반 수준인 5640건이었다. 전체 재난 피해 규모는 5594억원. 복구비용으로 총 1조6126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는 7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난해 여름철과 비슷한 피해 규모에 달한다. 행안부(1500억원), 농식품부(2000억원) 등 각 부처별로 마련된 재난대책비 3790억원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조원만으로는 복구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행안부는 산불 피해 대응 등에 이미 600억원을 사용해 여력이 크지 않다.

결국 예비비를 꺼내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책정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올해 예산 중 예비비는 4조6000억원으로 재난 대책용이 2조8000억원, 일반용이 1조8000억원이다.

문제는 이달 극한 호우 피해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힌남노처럼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보통 8~9월이다. 대형 태풍이 한두 차례 덮치면 피해 복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예비비 잔액도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5호 태풍 독수리와 6호 태풍 카눈이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슈퍼 엘니뇨 현상까지 더해져 여름 내내 국지성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가용 재원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수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 예산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예비비를 투입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경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