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사업 성장세 30% 달하는 KT...차기 대표에 AI·데이터·B2B 전문가 최적 평가

2023-07-29 13:00
KT, 통신 기반 DX·IT 서비스 기업 변신 중
차기 대표 후보도 AI·DX·IT 서비스 전문가 3인으로 압축
차상균·김영섭·박윤영 모두 관련 역량 입증...통신 전문가 2인자 세울 듯

KT 차기 대표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 (왼쪽부터)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 김영섭 전 LG CNS 대표, 박윤영 전 KT 사장.  [사진=아주경제DB]
KT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최종 심층면접 대상자(차기대표 쇼트리스트) 선정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전환(DX)이다. 인공지능(AI)·데이터·IT 서비스에 강점이 있는 인사를 차기 대표로 선임함으로써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DX와 기업 간 거래(B2B)에 주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27일 성장이 정체된 통신 대신 DX와 B2B 전문가를 차기 대표 심층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 △김영섭 전 LG CNS 대표 △박윤영 전 KT 사장 등 3명이 그 대상으로, 각각 학계·산업계·KT 내부 출신 인사를 대표하는 후보자다.

KT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지난 4년간 일반 이용자(B2C) 통신 사업 성장세는 정체된 반면 DX와 B2B 사업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KT에 따르면 지난 1분기 B2C 통신 매출은 2조3800억원으로 4년 전(2조3000억원)과 비교해 3.5% 성장하는 데 그쳤다. B2C 통신은 무선·초고속(유선)인터넷·유선전화 등으로 KT 민영화 후 20년 동안 주력 사업으로 꼽혔던 분야다. 하지만 국내 인구 감소로 통신 시장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고 정부의 강력한 요금 규제 등으로 사업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시장이기도 하다.

반면 DX와 B2B 사업 매출은 4년 전과 비교해 10~30% 성장하며 KT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1분기 B2C DX 매출은 5700억원, B2B DX는 5500억원으로 4년 전과 비교해 각각 29.5%, 27.9% 성장했다. B2C DX는 미디어(유료방송)·모바일 플랫폼을, B2B DX는 AI·클라우드·IT 서비스 등을 품고 있다. 기업 회선 등 B2B 통신 매출도 4년 전과 비교해 10.2% 성장했다.

이를 토대로 증권가에선 KT가 대형 유무선 통신사에서 통신 기반 DX·IT 서비스 기업으로 변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표로 통신보다 DX·IT 서비스 전문가를 선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KT 이사회도 이 점에 주목해서 차기대표 후보자를 DX·IT 서비스 전문가 3인으로 압축했다. 차기대표 후보자 최종 1인을 뽑기 위해 진행하는 심층(대면)면접에서도 KT DX·IT 서비스 사업 성장세를 확대할 방안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풀이된다. 3인의 후보 모두 DX·IT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는 만큼 누가 차기대표 후보자로 선정돼도 이상할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상균 교수는 AI와 데이터 업계 국내 최고 전문가로, 인메모리DB 스타트업 'TIM(Transact In Memory)'을 창업해 독일 인메모리 회사 SAP에 매각하는 등 재계와 학계 경험을 두루 갖춘 게 강점이다. 그는 모리스 창 회장이 대만 정부 지원을 토대로 TSMC를 세워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으로 키워낸 것과 실리콘밸리의 주요 데이터 기업 '데이터브릭스'가 생성형 AI 모델 플랫폼 '모자이크ML'을 인수한 사례를 토대로 국내 대표 소유분산기업인 KT가 한국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백본(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가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이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혁신적인 서비스와 플랫폼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차 교수의 비전이다. 사업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면 스타트업 인수도 적극 고려한다. 

차 교수는 "스타트업 투자·인수에 인색한 국내 대기업과 달리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적극적인 스타트업 투자·인수로 자기 혁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을 꼽았다. 생성형 AI 글로벌 리더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처럼 KT도 국내 스타트업과 투자·협력 확대로 AI·DX·IT 서비스 혁신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섭 전 LG CNS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LG CNS 대표로 취임하고 약 7년간 LG CNS를 이끌면서 회사가 국내 대표 AI·DX·IT 서비스 기업이 되도록 한 성과가 있다. LG그룹 계열사 AI·클라우드 전환도 주도했다. 

김 전 대표는 LG CNS 부산·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경험을 토대로 KT가 최근 참가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구축 사업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단순 '재무통'이 아닌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박윤영 전 KT 사장은 지금도 KT 직원들이 사내 최고 DX·B2B 전문가로 꼽는 인물이다. 과거 KT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며 관련 사업이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광화문·분당사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KT에 DX·B2B를 맡는 송파사옥과 KT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더하는 등 삼각 편대 구조를 확립한 것도 박 전 사장의 성과다. KT가 오는 9월 잠실 사옥과 함께 AI·DX·B2B 사업의 양대 축이 될 판교 사옥 운영도 앞둔 만큼 이를 주도한 박 전 사장의 존재감도 심층면접에서 함께 커질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선 차기 KT 대표로 DX·B2B 전문가가 내정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3명 중 누가 차기 대표가 되더라도 사장급 사내 2인자로 오랜 기간 통신 관련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