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이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방송사를 상대로 저작권자로서의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이같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40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음저협은 1988년 이후 음악저작권 위탁관리 서비스 시장을 독점해왔다. 작곡가, 작사자, 편곡자 등 음악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위탁받아 방송사 등 이용자들에게 음악 이용을 허락하고, 사용료를 받아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하는 서비스다.

그러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쟁체제를 도입, 지난 2015년 3분기부터 같은 저작권신탁관리업자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가 신규 진입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시작하면서 함저협과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의거해 방송사용료를 음악저작물관리비율에 따라 나눠 징수해야 했다.
 
하지만 음저협은 음악저작물 이용횟수에 기반해 관리비율을 산정할 경우 자신이 징수할 방송사용료 몫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계약을 체결한 지상파방송 3사, 지역 지상파 25개사 등 59개 방송사에 과다하게 관리비율을 적용해 방송 사용료를 청구·징수했다. 기존에 독점적으로 방송사용료를 징수할 때 적용했던 관리비율을 그대로 적용(100% 또는 97%)하거나, 자신이 임의로 과다하게 정한 관리비율을 적용(97.28%, 96%, 92%)한 것이다.
 
음저협은 개정 징수규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임의로 과다하게 산정해 청구한 방송사용료를 일부만 지급한 KBS 및 MBC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자신이 제시한 사용료를 수용하지 않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 사업자 등에 음악저작물 사용금지 요구, 사용료 인상 및 형사고소 예고 등의 방법으로 압박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적정 관리비율을 산정해 방송사들과 다시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적했지만 음저협은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고 과다한 방송사용료 청구를 계속했다.

음저협의 행위로 인해 방송사들의 함저협에 대한 방송사용료 지급이 위축됐고, 실제로 함저협은 일부 방송사로부터는 방송사용료를 전혀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함저협은 출범 이후 계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문체부도 방송사와의 계약체결 지연으로 인한 함저협 회원의 추가적인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음저협의 행위는 함저협의 사업확대 기회를 차단했고, 방송사들이 적정 방송사용료를 초과해 지급하도록 했으며, 방송사용료 징수방식에 관한 혁신 등을 저해하는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육성권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저작권 분야에서 공정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제재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국내 음악저작권 위탁관리 서비스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육 국장은 "음저협과 경쟁하는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로서 그동안 저작권 사용료 징수를 방해받았던 함저협이 정당한 자신의 몫을 징수하게 되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방송사의 경우 앞으로 방송사용료 부담이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