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늘부터 對中 반도체 규제 합류

2023-07-23 13:44
일본ㆍ네덜란드에 동참해달라는 미국 요청에 동참

[그래픽=이코노믹데일리 DB]

일본이 오늘부터 미국 주도 대중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규제에 합류한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부터 반도체 제조 관련 2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일본에서 해당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대만, 한국 등 우호 국가를 제외하고는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 통제 품목에는 극자외선(EUV) 관련 장치, 회로 중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에칭 장치, 에칭 작업 시 부품을 보호하는 성막 장치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10~14㎚(나노미터·10억분의1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치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수출 통제 품목에 대해 "일본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근거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주도 대중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규제에 합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에 수차례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무기 등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명분이지만 현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사히신문은 "표면적으로는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규제에 보조를 맞춘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30%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이번 조치로 인한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지지만 범용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움직임을 근거로 중국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진행한 기업도 있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10개 업체 중 7곳이 '조치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중국과 범용 반도체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 반도체 제조업체도 있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본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동참이 가시화되자 단호한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이 탈중국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강화하자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8월부터는 반도체의 주요 원자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허가제로 바꾼다고 통보한 상태다. 

반도체 이외의 사안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여름 오염수 방류를 고집하자 중국은 수산물 검역 강화로 맞불을 놨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강화가 오염수 관련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일본은 질화갈륨을 사용한 반도체 소재에 강하다.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중단되면 소재 회사는 질화갈륨의 공급선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장비 수입이 중단되면 당분간 첨단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