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이 올해 3분기 일반 신용대출과 주택대출 등 가계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와 당국발 부동산·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 대출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높아진 것이다. 가뜩이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 이자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대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계 신용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 3분기(7~9월) 대출태도지수는 5로 지난 분기(6)보다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6일까지 은행 18곳 등 국내 204개 금융기관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는 신용위험,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에 대한 평가를 가중평균해 100과 -100 사이 지수를 산출하는데, 지수가 양(+)일 경우 대출태도 완화로 답변한 기관 수가 축소라고 응답한 기관보다 많다는 뜻이다. 

부문별로 보면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3에서 6으로 상승했다. 가계 주택대출은 11로 지난 분기(22)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완화적 흐름을 이어갔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태도 완화에는 지난 3월 실시한 정부의 부동산 및 대출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측은 "국내 은행 신용대출 상품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순상환을 지속해 왔다"면서 "지난 5월 선보인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도 대출태도 완화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 기업대출 문턱 역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3분기 기업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일부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확대 전략 속 소폭 개선(0→3)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3에서 1분기 만에 -3으로 마이너스 전환하며 대출이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관측됐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대기업대출 취급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은행들의 차주별 신용위험지수는 가계가 전분기보다 3포인트 오른 36을 기록하며 하반기 가계부채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도 36로 직전분기와 비교해 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만 유일하게 전분기(14)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3분기 가계 신용위험은 일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저하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등으로 전분기에 이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 역시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등으로 실적 부진과 취약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 등에 따른 중소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대출수요지수는 19로 전분기(18)보다 1포인트 상승해 향후 대출 수요 확대를 예고했다. 이 중 가계대출 수요는 하반기 주택매매거래 및 분양·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주택(14→19)과 일반자금(0→14) 모두 확연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대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실물경기 둔화 등에 따른 기업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기업 대출수요지수는 2분기 17에서 3분기 1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카드사를 제외한 비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들은 연체율 상승에 따른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저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3분기(저축은행 -23, 상호금융 -22, 보험사 -11)에도 대출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시각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