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최저임금이 진통 끝에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는 1만원대 인상을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심의 기간 내내 난색을 보였다. 올해보다 2.5% 오른 수준으로, 관심을 모았던 사상 첫 1만원 대엔 이르지 못했다. 1만원이 되려면 올해 최저임금 9620원보다 380원(3.95%) 이상 올라야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새벽까지 110일째 심의를 이어가며 합의 도출에 나섰다. 최장 심의 기간이다. 논의 기간이 길어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노사 입장 차이가 뚜렷해서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2210원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올해(9620원)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열 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내놨지만 격차는 180원으로 좁혀지는 데 그쳤다.

노사 합의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공익위원이 칼을 빼들었다.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은 노사가 최저임금안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논의 진전을 위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이 범위 내에서 수정안을 내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상 표결 방식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한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18일 저녁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심의촉진구간을 내놨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2.1% 오른 9820원을 하한으로, 5.5% 인상된 1만150원을 상한으로 제시했다.

지난해와 다른 산식으로, 이때부터 1만원 돌파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심의촉진구간 하한은 올해 1∼4월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 임금상승률(2.1%)을 반영했다. 상한은 기획재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올해 물가상승률 평균 전망치(3.4%)와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2.1%)을 더해 산출했다. 

이후 다시 한번 공익위원 중재안이 나왔지만 노동계 반발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차수를 변경해 가며 19일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최저임금위는 전날부터 16시간 이어진 밤샘 논의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19일 오전 6시쯤 노사 양측 안을 두고 표결에 들어갔다. 그 결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이 요구한 9860원이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으로 정해졌다. 

노동계는 최종 표결 직후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갔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퇴장 이후 취재진을 만나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며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하반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