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For Another Perspective] 정전협정 70주년…머나면 평화협정

2023-07-20 06:00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회장]


다음 주는 한국 전쟁의 포성을 멈추게 한 정전협정 70주년이다. 전쟁이 멈춘 그때로 돌아가 당신이 여기 있다고 상상해 보자.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고민하던 당신은 점쟁이 여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게 된다. 그녀는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단지 휴전을 한 것에 불과해 "제대로 된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는 서울에 부동산을 사면 안 된다"고 충고할 수도 있다. 거리에 길게 늘어선 텐트들 사이로 다른 점쟁이 여인을 찾아 갔다. 그녀는 더욱 회의적이다 "공산당들이 포기를 한 것은 아직 아니다. 미국인과 결혼해 이민을 가라." 아마 이들 점쟁이 중 일부는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일 수 도 있다. "미국인들이 북한 재건에 나설 것이다. 시멘트에 투자해라." "김일성이 연말까지는 처형을 당하고 통일이 올 것이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점쟁이가 있을까?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수년 안에 남한의 경제적 성장이 시작될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의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고 우리 손주들은 부유해지고 전 세계 모든 외국인들은 그들을 감탄하며 바라볼 것이다."

이렇게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을 상상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쟁이 끝났을 때 한반도 상황은 너무도 불안했지만 그들은 놀랍게도 벌떡 일어나 해내고 말았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끊어진 대동강 철교 위를 기어 오르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담은 유명한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전쟁으로 파괴되어 폐허로 변한 나라를 일으키려는 한국인들의 의지를 상징했다. 지금은 물론 상황이 달라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구조적인 불안감은 남아 있다. 

1953년 7월 27일 서명된 것은 휴전협정이다. 평화협정이 아니다. 북한은 21세기 들어서도 스탈린식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 전체를 손에 넣으려고 전념하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지금 이때, 남북 간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다루어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아닐까?

이 문제를 얼마 동안이라도 고심해 본 분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평화협정은 논의가 지속되면 될수록 우리 측 내부에 듣기 싫은 시끄러운 소리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북한이 우리를 비난하고 우리는 북한을 무조건 비난하던 때가 있었다. 공산주의 vs 반공.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린 우리 측도 비난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마치 움직일 수 없는 산처럼 여겨졌다. 그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는 반드시 우리 측에서 나와야만 하는 것처럼 됐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들이 나쁜 사람들이라 평화가 없다고. 글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가 바라지 않기 때문에 평화협정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평화협정을 원했고 우리는 그들에게 '노'라고 했다. 그 이유는 우리(한국과 미국을 의미한다)가 전쟁광이라서 그런가? 아니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이 선의의 신뢰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린 그들을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는다. 젊은이들에게  공산주의자들 하면 보편적 헬스케어 제도 또는 다른 무엇인가를 의미하고 있다. 전쟁 세대들은 그들을 전쟁을 벌이기 위해 평화를 기만하는 교활한 사람들로 기억한다. 이러한 불신을 두고 부당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논쟁을 할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불신한다면 그런 불신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신뢰를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 즉, 불신을 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누그러뜨릴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북 관계의 파괴자였다. 남측 해군 함정을 어뢰로 공격하고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통치자의 거짓말에 대응도 못하는 가운데 북한 정권은 불신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둘째, 평화 자체가 남한과 북한의 긍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평화가 목표라면 남북한 간 상호 신뢰가 없어도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통일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남북한이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경찰과 범인이 한 팀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쪽이 완전히 바뀌든, 아니면 다른 쪽에 정복되지 않는다면 통일은 실현되기 어렵다. 일부는 평화협정이 통일을 향한 하나의 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셋째, 평화협정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하는 것이다. 과거 남측에  주둔했던 미군의 철수는 첫 번째 전쟁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또 다른 전쟁을 촉발할 주한미군 철군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 국민들도 남측 군대가 단독으로 북한에 맞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해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한다. 사실 필자로서는 북한이 남측 상대가 될지 의문이다.(북한은 전쟁을 치를 자금이 부족하고 심지어는 전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는 있다.)  

만약 우리 측이 평화협정 체결을 고려하도록 하려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우리에게 먼저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상황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은 역사로 남게 되고 언젠가는 우리가 그 방향과 결과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안갯속처럼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두고 시간과 자금을 낭비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아마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때일지도 모르겠다. 점쟁이에게 물어볼까?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