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 수술이었는데"…노조 파업에 짐 싼 환자들

2023-07-17 16:31

17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본원 로비에서 보건의료노조와 부산대병원 노조가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측에 파업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부산대병원에 입원했던 강준우(42)씨는 수술 일정을 잡고 입원 중이던 지난 12일 돌연 수술 연기를 통보받고 퇴원했다. 부산대병원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그는 재입원과 수술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 병원은 총파업 이틀 전 입원 환자 대부분을 퇴원 퇴원·전원시켰다. 현재 부산대병원 입원병동에는 22% 수준인 250명의 환자만 남았다. 

#. 고려대의료원 안산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온 서연주(51)씨는 항암 예약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난감하다. 병원 게시판이나 환우 커뮤니티에서는 '입원 연기' 와 '항암 무기한 연기'라는 키워드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온다. 병원에서는 예약 문의 환자들에게 예약이 가능해지면 별도로 연락을 주겠다고 하지만 언제가 될 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들이 병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진료 예약은 미뤄지고 예정된 수술 일정도 언제 연기될 지 몰라 노심초사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종료됐지만, 일부 병원에서 파업을 지속하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대형 종합병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산의 의료 공백은 심각한 상황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 부산대병원 등 전국의 12개 의료기관 보건의료노조 산하 각 지부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지역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 파업을 강행하는 의료기관 노조는 서울과 경기권 △고려대의료원(안암, 구로, 안산) △한림대의료원(평촌, 동탄, 강남, 한강) △아주대의료원  △국립교통재활병원, 경상권은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전라권은 △성가롤로병원이다. 

의료 공백은 2대 도시인 부산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경남동부권 내 상급종합병원은 총 5곳으로, 서울권(14곳)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산대·양산부산대병원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동아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울산대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 나머지 세 병원의 업무마저 원활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산대병원에서 동시에 파업 대열에 참여한 조합원은 필수 분야 인력을 제외한 2500여명이다.

부산대·양산부산대병원은 중환자 등 전원이 어려운 환자를 제외한 입원환자 대부분을 퇴원·전원시켰다. 부산대병원 측은 “파업 전 입원 환자는 1100여명이었지만, 현재는 250여명이 남았다”며 “외래진료는 평상시의 50% 수준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대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비교적 많은 수도권에서도 의료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17일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들에게 “파업으로 진료, 수술, 검사 등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병원이 위치한 경기 수원시 지역 커뮤니티에는 정상 진료 여부를 확인하는 게시글이 다수 게재됐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일반병동 근무 인원이 평상시의 30% 수준으로 입원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진료가 밀리고 있지만, 입원이 필요한 환자부터 최대한 수용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파업 중인 각 지부는 보건의료노조 차원의 '공공의료 확충', '의료진 인력 확충' 등 대정부 요구사항과 별개로, 병원 측에 비정규직 근로자 직접고용과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각 지부가 적극적으로 교섭을 시도하고 있지만, 병원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업 종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정부가 의료 인력 확충과 필수·공공의료 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13~14일 이틀간의 총파업을 종료했다. 이와 동시에 개별 지부의 현장파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 사용자 측이 성실히 교섭하지 않을 경우 '산별 집중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