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리포트] 일찌감치 불법 콘텐츠 유포 대응 나선 네카오…실질적 성과 빛났다

2023-07-18 08:40
네이버웹툰, AI 접목한 '툰레이더' 통해 웹툰 불법 유통 시기 최대한 지연
카카오엔터, 웹툰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 '피콕' 구성하고 사후 단속 주력
양사, 수년 전부터 이미 불법 웹툰 문제점 인지…시행착오 끝 대응 성과

[사진=아주경제DB]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불법 웹툰 사이트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양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웹툰 불법 유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 왔다.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웹툰 트래픽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수익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8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 늘었다. 특히 트래픽 기준으로는 불법 사이트의 총 트래픽 수가 일반적인 웹툰 플랫폼의 트래픽 합계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웹툰 사이트의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지만, 양사는 지속적으로 대응 방안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고 그 결과 점차 웹툰 불법 유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로 인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이러한 사례는 다른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에게도 참고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 불법 유포 시기 최대한 늦춰 실질적인 창작자 피해 줄여

네이버웹툰이 불법 웹툰 유통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기술은 '툰레이더'다. 툰레이더는 네이버가 지난 2017년 자체 개발한 기술로,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차단한다. 툰레이더를 통해 불법 웹툰 사이트가 웹툰을 무단으로 유포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골자다.

네이버웹툰이 불법 유통 시기를 지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독자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는 유인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신 유료 회차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된다. 작가들로써는 아직 무료로 풀리지 않은 최신 회차가 바로 불법 사이트에 유통되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네이버웹툰이 툰레이더의 불법 유통 지연 시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사진=네이버웹툰]

이러한 관점에서 툰레이더는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건웅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툰레이더가 웹툰 불법 유통 시점을 타 플랫폼 대비 약 25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균 4회차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건웅 교수 팀은 네이버웹툰과 타 플랫폼에 연재된 총 735개의 웹툰 회차를 대상으로 2021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해당 웹툰들이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와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를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또 2022년 12월 기준 불법 유통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와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를 비교·분석한 결과, 최신 회차가 즉시 불법 유통되는 작품 비율이 1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툰레이더의 이러한 전략은 불법 웹툰 사이트를 고사시키는 데에도 주효한 모습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툰레이더 적용을 시작한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웹툰을 직접 불법 유포하는 국내 1차 불법 사이트의 업로드 중지 및 테이크다운(웹툰을 직접 유포하지 못하는 사이트로 변경됐거나 서버가 내려간 상태) 비율이 97%에 달했다. 국내·해외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실질적인 기능 중단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를 토대로 네이버웹툰이 추산한 툰레이더로 인해 보호된 저작권 환산 금액은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이건웅 교수는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 딥러닝 등 AI 기술을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접목한 네이버웹툰이 타사 대비 탁월한 불법 유통 사전 방지 역량이 있음을 이번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며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IP 보호를 강화해 불법 유통이나 IP 도용에 대한 우려를 낮춰 건전한 K-컨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불법 유포 적발 건수 ↑…2차 저작물도 단속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불법 웹툰 사후 단속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2016년부터 불법 웹툰 유포에 대한 실태조사를 내부적으로 개시했고, 지난 2021년 웹툰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P.CoK, Protecting the Contents of Kakao Entertainment)을 발족했다. 사전 예방과 함께 불법 유통된 웹툰에 대한 신속한 차단에 주력했고 웹툰을 유포한 업로더들에 대한 신고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국내·해외 대형 불법사이트를 비롯해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폐쇄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중 모니터링과 데이터 수집을 진행했다. 국내 사이트는 정부와 공조해 해당 사이트를 직접적으로 차단하고 운영자 고소에 나서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법적 대응이 어려운 해외의 경우 사이트 측에 경고장을 발송하거나 직접적으로 불법 유포 커뮤니티의 폐쇄를 요구하는 방식을 취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 '피콕'의 로고.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가 지난 11일 공개한 '3차 불법유통 대응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차단한 불법 웹툰·웹소설은 약 1420만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4월~11월 667만건 대비 112%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엔터는 이 같은 차단 성과에 대해 "지난 3년간 독자적으로 구축한 글로벌 불법 사이트, 커뮤니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자체 차단 기술 노하우 등이 집약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2800만여건의 불법 유통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뿐만 아니라 2차 저작물로도 단속 범위를 확대했다. 카카오엔터의 IP를 무단으로 활용한 불법 캐릭터 굿즈나 인쇄물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아마존에서 불법 판매된 웹소설 출판물과 티셔츠 프린팅 업체에서 무단으로 판매하던 카카오엔터 IP가 들어간 티셔츠 판매를 금지했다.

카카오엔터가 또 한 가지 공들이는 부분은 해외 독자들의 저작권 인식을 높이는 활동이다. 특히 저작권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시아 국가가 중심이 된다. 동남아는 카카오엔터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웹툰이 많이 소비되는 국가이지만, 동시에 한국 웹툰에 대한 불법 유포 문제도 심각하다. 작품을 임의로 베트남어·태국어 등으로 번역해 무단으로 공유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인도네시아에서 불법 사이트 운영자·이용자를 심층 인터뷰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근절 선언 서약식을 진행하는 등 저작권 인식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불법 콘텐츠 대응 나선 웹툰업계…정부도 힘 보탠다

영상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웹툰 역시 최근 해외에서의 'K-콘텐츠' 인기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웹툰이 북미·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한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키다리스튜디오 등 다른 웹툰 플랫폼 업체들도 속속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콘텐츠 무단 유포 문제도 덩달아 급격하게 커졌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8일부터 8월21일까지 10주간 총 4만1974건의 국내 웹툰이 외국어로 불법 번역돼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는 '북토끼' 등 웹소설 불법 유통을 중심으로 한 사이트도 생겨나면서 문제는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별개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들이 일찌감치 자구책을 준비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누누티비로 K-콘텐츠의 불법 유통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법무부 등 유관 부처들을 중심으로 K-콘텐츠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협의체를 지난 3월 발족했다. 정부는 빠르면 이달 중 그간의 논의 결과를 종합한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영화·드라마·웹툰 등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대책이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민당정 협의체를 통해 여당과 콘텐츠 업계 등의 의견도 최종적으로 청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