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톡 금지' 변협, 중기부 자료요구 잇단 거절..."변호사를 중소기업자로 본다는 황당공문 응할 수 없어"

2023-07-12 12:37
변협 "법무부도 아닌 중기부 요청은 부적절"

대한변호사협회[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로톡 등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무고발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변협이 중기부 측 자료 요청을 두 차례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협 측은 변호사는 중소기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기부 측 요청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기부는 고발 요청 전 당사자 입장을 듣기 위한 취지라며 맞서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달 7일과 28일 중기부가 연이어 자료를 요청한 데 대해 "변호사는 중소기업자가 아니므로 중기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중기부가 요청한 자료는 변협 가입 회원 수와 예산, 의무고발요청 소명 의견서, 변협이 징계 처분한 회원 현황, 최근 3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현황, 최근 3년간 상생협력 실적, 피해 구제·재발 방지 조치 현황 등이다.

변협은 2021년 5월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막기 위해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내용으로 협회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회칙 위반' 등을 이유로 총 5회에 걸쳐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징계 수준은 최소 견책부터 최대 과태료 1500만원 수준이다. 

이에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변회가 변호사에 대해 영업 활동을 제한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원을 각각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기부는 지난달 1일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도 사회적 파급효과와 중소기업 피해 정도 등을 검토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며 변협 측에 자료를 요청했다. 중기부가 공정위에 의무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하지만 변협은 “변호사는 상인에 해당하지 않아 중소기업 혹은 영세 상인을 규율하는 중기부 소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어 "변호사에 대한 ‘징계처분’은 협회와 회원인 변호사 사이에 이뤄진 내부적 일이며 법률 플랫폼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적 다툼이 결론 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변협은 공정위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5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의무고발요청을 위한 심의 과정은 중기부 측 의사 결정일 뿐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적 다툼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변호사가 중소기업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지난달 26일 소명자료를 재차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변협은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가 중소기업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변협은 법무부도 아닌 중기부가 변호사 단체에 자료를 요청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상인이 아니라는 확고한 판례가 있다"며 "개인정보 처리자로서 변호사 회원들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납득할 수 없는 목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의무고발을 요청하기 전 자료 제출은 당사자 소명 의견을 듣기 위한 취지인데 당사자에게 거절 당한 건 이례적"이라며 “법무법인, 법률사무소가 중소기업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정 자료가 필요한데 거꾸로 근거를 제시하라고 해 난감하다. 중소기업이 미치는 피해 정도를 검토해 고발 요청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거꾸로 그 부분을 입증해야 주겠다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와 최대한 공조해 이미 처분할 때 확보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근거를 검토할 것”이라며 “공정위에서 확보한 내용들이 맞는지 확인하는 정도에서 추가 요청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