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콘서트로 달아오른 베트남, 음악 여행지로 발돋움하나?

2023-07-12 09:10

블랙핑크 하노이 콘서트 홍보 포스터 [사진=YG엔터테인먼트]
베트남이 '음악 여행지'로서 성장할 수 있을까? 유명 K팝 그룹 블랙핑크의 하노이 공연을 계기로 베트남의 새로운 여행 잠재력에 눈길이 모아진다. 

YG엔터테인먼트가 7월 29일과 30일 블랙핑크의 하노이 공연을 개최한다고 발표한 직후 베트남 전역에서 티켓 구매 열기가 굉장히 뜨겁다. 이번 공연은 블랙핑크의 첫 베트남 콘서트로,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전례가 없던 행사이다. 공연이 진행되는 이틀 동안 하노이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티켓 예매 플랫폼 아고다에 따르면 블랙핑크 콘서트 정보가 공개된 후 하노이 숙소 검색량이 전주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에서의 검색량도 2.5배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중국, 캄보디아, 홍콩,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검색 빈도가 높아졌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콘서트와 관련해 '음악 여행'이라는 단어가 많은 여행 전문가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여행'은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 및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을 일컫는 것으로, 유명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는 지역은 단번에 전 세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블랙핑크 콘서트가 하노이를 포함한 베트남 관광의 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을 계기로 베트남이 음악 여행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고다 동남아시아 지역 담당 엔리크 카살스 부사장은 "음악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며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콘서트 예약이 급증하는 것은 라이브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주는 바라며, 음악이 팬들의 여행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관광업체 플라밍고 레드투어스의 응우옌 꽁 호안 대표는 블랙핑크의 하노이 공연은 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베트남은 '대형 음악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여행지', '안전한 여행지', '베트남인과 세계인들의 통합' 등 3가지 요소를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팝 가수 최초로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하는 블랙핑크 [사진=연합뉴스]
 
동남아 대표 '음악 여행지' 싱가포르  
현재 동남아에서 대표적인 음악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은 싱가포르이다. 미국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2024년 월드투어에서 유일한 동남아 공연지로 싱가포르를 택했고, 유명 팝 그룹 콜드플레이도 내년 초 싱가포르에서 6일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해당 공연 티켓은 모두 매진된 가운데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싱가포르로 모여들어 수백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타임지는 싱가포르 관광 전략 연구 전문가인 태즈메이니아 대학교 문화유산관광학과 캔 셍 위 교수의 말을 인용해 “싱가포르 정부는 항상 전 세계 예술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국가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공연 주관 엔터테인먼트 기업 IMC 그룹 아시아는 “싱가포르는 호텔, 음식, 교통 등 각종 인프라와 허가 절차, 비자 취득 등이 용이하다. 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아티스트들이 주는 관광 산업에 대한 영향은 숙소 검색량에도 반영된다. 베트남에서는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진행되는 내년 1월 싱가포르 숙박 시설 검색이 814%나 급증했다. 이러한 검색량 증가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같은 인접 국가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그러나 아고다의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홍콩, 태국, 미국, 호주, 인도에서 더 많은 방문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해외 관광객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와 관련하여 아고다는 싱가포르에 대한 검색이 346%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테일러의 공연 날짜에 맞춰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8번째로 많은 국가로 집계됐다. 캔 셍 위 교수는 "싱가포르는 하나의 목적지이고, 이벤트도 하나의 목적지”라고 강조했다.

결국 유명 스타 및 아티스트가 공연을 위해 한 도시를 방문하면 자연스레 해당 도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2000년부터 '아시아의 이벤트·여가 수도'라는 기치를 걸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초청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러한 노력이 축적돼 지금과 같이 동남아 내 대표적인 음악 여행지로서의 명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베트남의 잠재력
음악 여행을 위한 인프라 측면에서 베트남이 싱가포르 등에 비해 후발 주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주요 음악 여행지로 거듭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1억명의 인구와 많은 청년층, 동남아 내에서도 높은 문화 수용성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음악 여행은 다른 여행 분야와 달리 정부와 기업 및 국민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문화적 인프라를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베트남 RMIT 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의 데이지 카나가사파파티 교수는 베트남의 풍부한 문화 유산과 자연 경관 등은 음악 여행을 위한 완벽한 조건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전략적으로 홍보해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문화 체험을 찾는 새로운 트렌드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관광 당국, 행사 주최자 및 지역 기업이 협력해 행사와 여행을 결합한 여행 패키지 상품 준비 △국내외 교통 시스템을 결합한 교통 편의성 제고 △공연장 및 관광 명소 근처의 숙박 서비스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세계 공연 시장에서도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전에 여러 케이팝 행사들이 개최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그 전에도 여러 아티스트들이 베트남을 찾았다. 가수 꾸옥 쭝이 주최한 '몬순 음악 페스티벌'에는 스콜피온즈, 조스 스톤, 코다라인, 본드 등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이 공연한 바 있다.

작년 베트남에서 열린 하이 글램핑 뮤직 페스티발 2022에서는 모팻츠, A1, 911, 블루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참가했다. 이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야외 음악 공연과 결합된 글램핑 모델을 통한 콘서트로, 많은 관람객들이 예술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진행된 것이다. 페스티벌 주최 측 대표는 베트남이 '안전하고 친근하며 매력적인 목적지'라는 이미지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여행지가 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이벤트 주최자들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은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해외 스타들의 공연은 아직 그 횟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행사 주최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베트남은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지로 고려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랙핑크의 콘서트는 음악 여행지로서 베트남이 진일보할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베트남 사람들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인기에 힘입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트렌드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국 전문 여행사 황 밍 트래블의 부 꾸인 아인 대표는 베트남에서 이러한 유형의 관광은 상당히 새롭지만 많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콘서트가 열리는 곳은 예술 및 음악 관광의 메카로 떠오른다. 베트남에 대규모 예술 및 음악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베트남 방문객 수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콘서트가 개최되면 예술 및 음악 관광이 매우 인기를 가지게 된다며, 베트남에서 이러한 유형의 관광은 상당히 새롭지만 많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베트남에 대규모 예술 및 음악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베트남 방문객 수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결 과제
물론 베트남이 음악 여행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해결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베트남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방문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이다.

콘서트나 공연의 경우, 무엇보다 화재 및 폭발 및 인적∙물적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안전 사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시설뿐 아니라 제도적 인프라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 서비스 시설의 가격 통제와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베트남 관광업계 역시 이번 블랙핑크 콘서트가 베트남의 인기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동력이라고 간주하면서도, 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서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베트남에 있어 음악 관광 산업 발전의 꿈은 아직 시작 단계로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카나가사파파티 교수는 "음악은 세계적인 언어이고 사람들은 오락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며, "음악 여행 분야에 집중한다면 이미 성공을 거둔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싱가포르, 한국, 태국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