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처음부터 日편향적 검증"...그로시 "안전기준 부합" 일관

2023-07-10 01:00
그로시 사무총장, 해양 방류 보류 제안 '침묵'...日 편향성 지적 회피
위성곤 "오염수는 사실상 핵 폐기물...IAEA 보고서 유감"
'단식농성' 우원식 "오염수 日이 마시게 해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위성곤 위원장(왼쪽)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안전기구(IAEA) 사무총장이 7~9일 방한 기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 논란만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권과 언론을 만나 IAEA 종합보고서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만나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며 IAEA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종합보고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기존 주장을 견지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우려와 해양 방류 연기 대안을 제시하자 대부분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해양 방류 외 다양한 대안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자고 제안했다"며" 해양오염수 방류 일정 연기,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 해양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 영향을 분석하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질문에 대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답변하지 않고 추후에 계속 대화하겠다"며 "궁금한 점은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일관했다"고 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은 첫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 7일 밤 10시 38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시위대 수십 명이 거세게 항의해 약 2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8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IAEA 종합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다음 날 민주당과 진행한 비공개 면담에서도 의원들의 맹비난과 함께 국회 본청 밖에서는 오염수 방류 반대 단체 시위가 이어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같은 날 오후 뉴질랜드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힘들었던 방한 일정을 마쳤다.

한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추가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의, 한·일 외교장관 회동이 성사되면 오염수 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측과 소통·협의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적절한 채널과 방식을 통해 협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