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100엔당 800원대 위협…원화 추가절상 막으려면

2023-07-09 16:01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 환율이 5일 897원69전을 기록했다. 80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그 후 소폭 반등해 9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2011년말 1500원까지 치솟았으나 그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5년 중반 900원까지 하락했다 다시 반등해 2016년 중반 1100원 수준까지 올랐다 하락을 지속했다. 최근에는 2023년 4월 27일 1001.6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오고 있다.
원·엔 환율 변동의 근본적 원인은 한국 미국 일본의 금리정책이 외환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미국이 제로금리정책을 도입하자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2016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다 코로나로 미국이 다시 제로금리정책을 도입하자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미국이 2022년 초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지속해 오고 있는 중이다. 미국 연준이 이번 7월에 다시 한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때까지 엔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거의 미국 금리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일본은행이 장기간 일본은행 정책금리잔액에 대해 –0.1%, 기준대출금리는 0.3%의 금리를 적용해 오고 있는 등 제로금리정책을 고수해 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1992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동안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미만인 “잃어버린 30년‘을 지속해 오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간 제로금리 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제로금리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일본 간에는 상시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어 있어 외화유출 우려 없이 오직 일본 국내 경제 사정만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통화정책에 힘입어 금년 중에 성장률 1.4% 소비자물가상승률 1.8%(민간기관 전망 2.6%)로 31년 만에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할 것으로 일본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일본처럼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외화유출을 우려해 국내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강대국 금리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한국 금리정책은 강대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인데도 외환시장 개입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고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수년 전 한국과 미국 간에 체결한 ‘한미환율협정’에 의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상황을 공개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화유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미국 연준의 연방기금금리와 동조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자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만큼 급격하게 올리지는 못해 원화가 대미 달러에 대해 절하는 되고 있는데 미국 금리의 급격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의 대미 달러화 절하폭에는 미치지 못해 원화의 대 엔화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원·엔 환율이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증가율도 하락해 왔다는 점이다. 2012년 1500원대에서 2015년 900원 수준까지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30%대에서 –15%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2015~16년 성장률이 2.8% 2.9%로 주저앉아 2%대 저성장기 시대를 고착화시켰다. 이런 현상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도 원·100엔 환율이 당시 900원에서 700원으로 하락하고 그 결과 수출증가율이 30%대에서 –10%대로 하락하면서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2004년 1100엔이던 원·100엔 환율이 2007년 9월 75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40%대의 수출증가율이 10%대로 하락하면서 2008년 역성장은 면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 후 2016년 중반 원·100엔 환율이 1100엔 수준에서 2018년 900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이 기간 중 한국 수출증가율은 20% 수준까지 크게 상승했다. 이를 두고 이제 한국 수출에 미치는 원·엔 환율의 영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분석도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 기간에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이례적으로 호황을 보였던 점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이른바 반도체 착시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몰락과 한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호황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경우에는 이례적 호황을 보인 반도체를 감안하고 보아야 전체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 호황에 취해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미·중 경제기술전쟁으로 미국이 반도체의 대중국 투자와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이례적 호황을 보여온 반도체 착시현상이 걷히자 한국 수출은 부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2022년 6월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그 결과 한국의 전체 수출증가율도 2022년 10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대종을 차지하고 있는 중간재가 중국에서도 많이 발전한 탓도 있다. 자연히 무역수지도 2022년 3월~2023년 5월까지 장기간 적자를 지속했다. 2023년 6월에 소폭 반등했으나 한국의 무역수지가 이처럼 장기간 적자를 지속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단기대책으로는 적정 환율 수준 유지가 중요하다. 엔화 대비 원화의 추가절상을 방지해야 한다. 최근에는 중국과도 무역경합도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위안화 대비 원화의 과도한 절상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환율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복귀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201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G20회의에서 합의하고 국제통화기금도 인정한 「자본이동관리원칙」을 토대로 △외환시장 교란(단기 불안정, 중장기 과도한 균형수준 이탈)에 대한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 △핫머니를 포함한 무분별한 자본 유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차원의 규제 △전향적인 금리 환율 정책조합 운용 등 다각적인 국제금융 정책운영이 중요한 때다.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최근 달러 기준 한·일 통화 스와프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미·일 가치동맹 경제안보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에 걸맞게 한국도 상시 한·미 통화 스와프를 미국에 요구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대책으로는 △ 적합한 환율제도 모색 △ 자본이동관리원칙에 기반한 한국적 자본이동관리제도 도입 △ 국제금융외교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기축통화국이고 미국과 상시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고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싱가포르도 BBC(바스켓 밴드 크롤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환율제도의 선택은 주권사항이고 다만 선택된 환율제도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 기본정책이다.
 
 

​필자 주요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