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길어지는 연금공백기에 대한 대응 방안

2023-07-07 06:00
김도헌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사진=KDI

우리나라는 1998년에 연금재정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완전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1953년생부터 60세에서 65세로 5년에 1세씩 상향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정 최소 정년은 60세이고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50대 초중반이어서 안정적인 소득이 부재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주요국에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지속적으로 상향시켜 왔으며 덴마크를 포함한 5개국에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기대수명과 연동해 상향 조정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은 연금을 받는 시점을 뒤로 늦춰 장기적인 연금 급여 지출을 줄이는 목적뿐 아니라 길어지는 연금 시점만큼 고령층 은퇴를 지연시켜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용을 연장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늦어지는 연금 수급 시점 동안 근로소득 증가가 연금소득 감소분을 충분히 보완하지 못한다면 연금 공백기를 경험하는 장년층의 빈곤율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상향한 영국에서는 해당 세대 빈곤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약 14%포인트 증가했다. 호주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어지는 기간 동안 생애소득이 낮고 건강하지 못한 장년층은 실업수당이나 장애수당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남에 따라 다른 복지 지출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발견됐다.
 
최근 K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2세로 상향되는 1957년생은 1956년생에 비해 61세 시점 연금 공백기 기간에 근로소득을 높여 부족해진 연금소득을 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 연금 공백기가 더 장기화할 예정이어서 최근 세대로 올수록 근로소득을 높여 연금 공백기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상향 조정한 아일랜드는 연금 공백기 기간에 구직자 수당 수급 자격을 대폭 완화하고 급여 기간을 늘려 소득을 보완하고자 했다. 하지만 부족해진 연금소득을 보완하기에는 부족했고 장년층 근로를 장려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폐지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년 퇴직제도 혜택을 받는 계층이 제한돼 있어 재고용제도를 무분별하게 시행하면 특정 계층에게 혜택이 귀착될 수 있다. 따라서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에 정부는 직무급제와 같은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데 대한 논의를 통해 고용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장년층 특성과 산업을 반영하는 재취업 교육을 제공하여 조기 퇴직자가 질 높은 가교 직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부분연금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분연금제도란 노령연금을 부분적으로 조기로 수급하는 제도로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거나 가교 직업으로 이동할 때 부족해진 근로소득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건강상 혹은 개인 선호에 따라서 근로시간을 줄이고자 할 때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 근로 연장을 유도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하는 유럽 국가에서는 점진적 퇴직제도와 연계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부분연금제도를 도입했고 부분연금수급액 자격요건으로 수급 기간 동안 특정 근로시간이나 근로소득을 유지하도록 했다. 핀란드에서는 2017년부터 근로와 부분연금제도를 더 쉽게 연계할 수 있도록 부분연금 자격요건으로 근로 참여의무를 폐지했다.

지난 4년간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근로 참여가 수급 자격 요건이 아니더라도 부분연금 수급자 75%가 부분연금과 근로를 연계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근로기간 연장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하려는 목적으로 부분연금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한편 KDI 연구 결과에서 건강하지 못하거나 아픈 가구원에 대한 돌봄 부담이 높은 가구에서는 근로 참여에 대한 제약이 높아 근로소득으로 연금 공백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건강하지 못한 장년층에 대한 소득 보완책을 강화하고 돌봄 지원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