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242조 투입한다는데…건전성 악화에 허덕이는 산업은행
2023-07-05 15:27
정부가 하반기에만 정책금융 242조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집행할 주요 기관 중 하나인 KDB산업은행이 자산건전성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강석훈 산은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 이슈에만 매몰돼 자구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안정 달성을 목표로 하반기 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산은에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을 비롯한 임무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산은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이 1조8000억원 규모 M&A 전용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M&A를 전담하는 부서와 해외 데스크를 운영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또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와 같은 업종별 펀드를 조성하고 일명 ‘공급망기금’을 조성하는 등 10조원 이상 금융 지원을 통해 첨단산업 투자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물론 산은이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에 어떻게든 지원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산은은 이미 고금리로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해 이자 부담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후순위채 추가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올해 이자 비용으로만 약 10조원을 지불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리하게 정책금융을 집행하다가 자산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BIS 비율 악화를 외부 요인에 따른 악재로 치부하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 적자는 2021년부터 지속됐는데 지금까지도 산은 차원에서 자구책 없이 국제 유가 하락, 전기요금 상승 등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 안팎에서는 산은이 정부의 추가 출자에 기대기 전에 자체적인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