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예상대로 2%대 진입…한은 4연속 기준금리 동결 힘 실린다

2023-07-04 15:2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중반 6%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어느덧 2%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다음 주에 열리는데,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하면서 4연속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6월 물가상승률 발표 직후인 이날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지난달 물가상승률(2.7%)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2%대로 둔화했다"면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완만한 부동산 가격 둔화 흐름과 개인서비스물가 오름폭 축소 등 영향에 따라 예상대로 둔화폭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으로, 이는 한은과 정부가 일찌감치 예상해왔던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달 열린 물가상황점검간담회에서 “6월과 7월 물가상승률이 2%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달 초 “6월 물가는 2% 후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물가가 이처럼 안정된 흐름으로 접어들면서 오는 13일 열릴 금통위에서도 한은의 통화긴축 숨고르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작년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단행돼 왔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치를 2%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물가 2%대 진입으로 목표치에 가까워진 만큼 무리한 금리 인상을 통해 부담을 높일 유인이 크지 않게 된 것이다. 


꾸준히 하향 중인 국내 경제성장률 역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반도체 등 수출 부진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위축된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당장 인플레이션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이상 경기부양과 금융안정에 힘을 실을 여지가 높다. 또한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역전차가 역대 최대폭(1.75%)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환율 역시 1300원 안팎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가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SC제일은행은 이날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차례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인플레 압력 완화와 낮아진 원화 변동성을 고려하면 연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계 금융사인 ING 역시 "경기 회복세 지속으로 한국은행이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연내 추가 인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봤다.

다만 한은이 2%대의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일시적이며,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라 재반등할 여지가 높다고 보는 점은 변수다. 실제 한은은 물가 상승기조가 끝나지 않은 만큼 피봇(통화정책 전환)은 시기상조이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꾸준히 경고음을 내고 있다. 또한 연준이 예고한 대로 2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는 사상 유례없는 2.25%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과도한 금리 역전차는 원화 약세(강달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추후에라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