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영업 집중점검

2023-07-03 15:16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하반기 채권형 랩·신탁 가입고객들의 대규모 환매요청이 발생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 투자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실시하게 됐다.
 
고객은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채권형 랩‧신탁에 가입했지만 일부 증권사는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하는 등 ‘만기불일치 운용’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증권사는 고객의 투자목적 및 자금수요에 맞는 편입자산 및 예상수익률 등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법인 거액자금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해왔다.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1~3년 이상 장기이거나 유동성이 낮은 CP 등을 편입하는 상품을 설계·판매했다.
 
또한 고객과의 일대일 계약을 통해 투자목적과 자금수요에 맞춰 자산 선정·교체 등을 해야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특별한 운용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지속 보유(buy & hold)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에 운용 중인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해왔다.
 
환매과정에서는 증권사는 랩·신탁 계약만기 시 편입자산을 시장에 매각해 환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자산매각이 곤란한 경우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연장, 계약해지를 통한 반환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게 되자 고객 계좌 간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만기가 도래한 고객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이전(유보) 시키거나 증권사 고유자금으로 고객자산을 고가에 매입해 회사 경영상 손실을 초래했다.
 
연계·교체거래는 자본시장법상 자전거래(랩-랩, 랩-신탁, 신탁-신탁 간 거래를 의미) 규제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증권사와 종목이 서로 다른 채권, CP 등을 주고 받는 거래방식이다.
 
금감원은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만기불일치 운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랩·신탁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점검으로 확인된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해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