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건설산업, 매력 있는 일자리로서의 전제조건

2023-06-28 10:55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건설산업연구원]


최근 고용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건설업의 일자리 감소세가 뚜렷하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 활동이 위축되면서 건설산업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 고용 동향을 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3만여 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건설산업의 일자리 감소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건설업종의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17.7%나 늘었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연속으로 실업자 수가 증가했다. 미분양 증가 등 건설 경기 위축으로 예정된 사업의 착공을 미루는 건설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지역 중소 건설기업 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건설업의 일자리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의 일자리 감소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건설산업의 일자리 감소는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실제로 건설산업의 일자리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산업 차원의 문제다. 건설현장의 고령화 추세는 계속 심화돼 건설기능인력 가운데 60대가 40대를 초과했고 건설기능인력 중 82%가 40대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전체 건설근로자 155만명 중 2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인력에 비해 연령대가 휠씬 젊고 목공, 철근공 등 건설현장의 핵심 분야에 골고루 퍼져 있다는 점에서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기술인력의 양적·질적 문제도 커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건설기술인력이 될 대학에 재학 중인 토목·건축 전공자들이 건설산업의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게 보는 비율이 전체 중 40%에 이르고 토목·건축 관련 학과 졸업자들이 서비스업, 금융업 등 타 업종에 취업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결국 건설산업 일자리의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에 있어 인력의 질은 생산성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지난 20년 동안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건설인력의 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건설 일자리의 질은 임금 상승이나 상용직 근로자 확대만으로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최근 건설업의 임금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상용직 근로자 비중도 커지고 있으나 건설인력의 질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건설산업의 사업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인력의 질 향상과 기술력 제고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해 더욱 생산성은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건설기업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고 중소 건설기업은 계속되는 추가적인 인력 소요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건설인력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에서는 건설기능인력을 비롯한 건설기술인력, 더 나아가 경영관리인력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교육훈련 및 자격제도를 비롯해 미래 핵심 기술·직무 분야 인력 수급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등 인력 관련 정책·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산업계와 건설기업은 건설산업 일자리의 질 향상을 위해 인력에 대한 투자 확대와 근로 환경 개선, 인력 관리 관행의 혁신적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건설기업이 함께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정책·제도는 물론 다양하고 구체적인 활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의 혁신에 있어 건설산업 일자리를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지금 우리 건설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사회·경제적인 가치관과 생활 태도의 변화에 따른 건설산업의 경쟁요소가 전환되는 변혁의 시기에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부합하는 인력의 질 향상에 대한 산업 차원의 깊이 있는 논의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