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자연 담기②] [르포] 건식스파에 친환경 맞춤식단…농촌유학생들 "아토피, 이젠 안녕~"

2023-07-03 11:00
전북형 농촌유학 시범학교 진안 조림초
40명 중 15명이 유학생…아토피안심학교
기존 재학생도 "친구 많이 늘어 좋아요"

지난달 22일 오전 전북 진안 조림초 학생들이 조림초 스파실에서 건식 스파를 받고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시골 벽지 학교에 서울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역 시도교육청과 협업하는 '농촌유학'이다. 공교육 위기 극복과 도시·농촌 학교가 상생할 방안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시의 바쁜 삶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농촌유학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하루하루가 새로워요." 5학년 이하랑군(10)은 지난해 10월 전북 진안 조림초등학교에 농촌유학을 왔다. 이군은 9개월간 조림초에서 생활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에서는 학교가 끝난 뒤 수학·영어 학원에 가고, 집에서 과외를 받으며 매일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농촌에 오니 생활이 달라졌다. 여유롭고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가 생겼다. 이군은 "서울에선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조림초는 도시 학교와 달리 학생 수가 40명으로 적어 서로 깊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군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밝아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기자가 찾은 조림초는 훌쩍 다가온 여름을 맞이하듯 싱그러웠다. 학교 건너편에 자리해 나무가 빽빽한 푸른 숲과 천연 잔디로 덮인 운동장이 여름을 물씬 느끼게 했다.

운동장 옆에는 학생들이 직접 재배하는 텃밭과 닭장이 있다. 학생들이 자연을 느끼며 교육받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학생들 이름이 적힌 다육이 화분들이 정문 앞에서 방문객을 반겼다. 
 

지난달 22일 찾은 전북 진안 조림초. '아토피안심학교'인 조림초는 소나무와 천연 잔디로 교정이 조성돼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편백·황토로 지은 학교…맞춤식단 제공

지난해 10월부터 전북형 농촌유학 시범학교로 운영된 조림초는 재학생 25명·유학생 15명 등 학생 총 40명이 재학 중이다. 지난해 학생 8명이 농촌유학으로 조림초에 왔다.

조림초는 지난 2008년 전북교육청에서 '아토피안심학교'로 지정됐다. 아토피 질환 증상개선을 위해 편백·황토·한지 등 자연소재로 건물을 지었다. 건식스파·맞춤식단 등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매일 점심시간 학생들은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건식스파를 한다. 건식스파 이후 보건선생님이 학생들에 보습제를 발라주고 마사지를 해주며 피부 가려움증 완화를 돕는다. 교실에도 보습제가 있어 학생들은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바를 수 있다. 학생들 만족도도 높다.

3년째 조림초에 재학 중인 신다정양(11)은 "조림초에 오기 전 온몸에 아토피가 심했는데 건식스파도 하고 보습제를 꾸준히 발라 많이 나아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아토피 질환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식단도 특색있는 조림초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진안에서 생산한 친환경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급식을 제공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도 그렇지 않은 학생과 최대한 비슷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대체식 마련에 공을 들인다. 함박스테이크를 만들 때 들어가는 밀가루는 쌀가루로, 수제비에 들어가는 감자 전분은 고구마 전분으로 대체한다. 조림초 전교생 중 맞춤식단을 제공받는 학생은 10명이다. 

기존 재학생들도 농촌유학생이 오면서 학교에 활력이 돌아 좋다는 반응이다. 9년째 진안에 살고 있는 5학년 이윤진양(10)은 "저학년 때는 전교생이 20명 정도로 적었는데 최근 친구가 많이 늘어서 북적북적해져 좋다"며 말했다. 이어 "한 학기에 1~2번 학교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모두 모여 근처 산에 체험학습을 간다"며 "친구들이 많으니 산에서 물놀이하는 것도 훨씬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오후 조림초 학생들이 일대일 맞춤형 식단으로 제공되는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활력 도는 시골학교…프로그램 다양화 힘써

교사들도 서울 유학생들 덕에 인근 초교보다 학생 수가 늘어 학교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입을 모았다. 

진병택 조림초 교사(41)는 "지난해 농촌유학생들이 학교에 오면서 전교생 수가 20~30명 정도인 다른 진안군 내 초교보다 규모가 커졌다"며 "학생 수가 늘어나니 학교에 생기가 돈다"고 전했다.

조림초는 농촌유학생 부모들과 학생 의견을 귀담아듣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스포츠교실도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수용해 만들었다. 

학생 수가 많아 한 학급당 보통 한 달에 1~2회 교내 강당을 사용하는 서울 학교와 달리 조림초는 교내 강당 사용이 자유롭다. 진 교사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스포츠 강사가 평일에 1~2회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교육한다"며 "주말에도 학생들이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토요 스포츠데이'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