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긴급 처방에 나섰지만,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 속에서도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민간 소비가 되레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나아지는 '상저하고' 전망에 자신하고 있지만 소비 위축 등 경기 불확실성 요인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세를 보였던 백화점 매출액은 올해 1월 -3.7%를 기록하고 3월까지 계속 증가세였지만, 4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백화점 매출액이 2개월 이상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1월~2021년 1월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내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카드 국내승인액도 둔화하고 있다. 5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지만, 3월(9.0%), 4월(5.6%) 대비 증가폭이 둔화됐다. 2021년 1월(-2.0%)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내수 진작을 위해 숙박쿠폰 등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놨으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고속도로 통행량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고, 차량연료 판매량도 8.1% 줄었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근로자의 날(1일) 휴일이 낀 29~1일 연휴와 어린이날이 포함된 5~7일 연휴, 부처님 오신 날 대체공휴일로 27~29일 등 황금 연휴가 있었는데도 국내 여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미 민간 소비의 위축 신호는 여러 경제 지표에서도 반영됐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명목소득에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이 쪼그라들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제자리(증가율 0%)였다. 3분기 연속 정체 혹은 감소 중이다.

올해 1분기 가계 신용(빚) 잔액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도 소비여력 감소 신호로 볼 수 있다. 가계빚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1분기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이례적으로 동반 감소했다. 대출 금리가 오르자 상당한 이자 부담을 느낀 가계들이 소비 대신 대출 갚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 급감으로 -0.4% 역성장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이후 소폭이나마 플러스 전환에 성공한 것도 그나마 내수 덕분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제때 실효성이 있는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반기에도 수출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실패로 내수 부문마저 위축된다면 상저하고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회복이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기 반등도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 활성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수에선 더 적극적으로 소비 활성화에 나서는 동시에 규제 완화와 투자 유인책 확대, 통상·외교 불확실성 해소 노력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