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넘보는 사모운용사 공모펀드… DS·머스트 펀드 출시는 지연

2023-06-21 17: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사모운용사들이 출시한 공모펀드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VIP자산운용 펀드는 출시 3개월도 안 돼 설정액 1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고 더제이자산운용도 설정액이 300억원에 임박했다. 성과에 따른 운용보수와 검증된 매니저의 투자철학 등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공모펀드 라이선스를 취득한 DS자산운용과 머스트자산운용의 공모펀드 출시는 다소 지연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 설정 원본은 869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순자산 총액은 950억6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3일 최초로 설정된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설정액 1000억원을 목전에 둔 것이다.

VIP한국형가치투자는 국내 가치 투자를 대표하는 최준철·김민국 대표가 이끄는 VIP자산운용의 첫 개방형 공모펀드다. 20일 기준 설정 이후 운용수익률은 9.33%다. 코스피(5.02%) 대비로는 4.31%포인트, 코스닥(3.41%) 대비로는 5.92%포인트 아웃퍼폼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공모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낸 더제이자산운용의 '더제이 더행복코리아' 펀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설정된 이 펀드 설정액은 274억1100만원, 순자산 총액은 302억2100만원이다.

더제이 더행복코리아는 가치투자 명가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출신인 최광욱 대표가 직접 운용한다. 그는 에셋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를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펀드로 성장시킨 경력이 있는 스타 펀드매니저다. 더제이자산운용의 공모펀드도 10.24%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다.

사모운용사표 공모펀드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까닭은 차별화된 전략 덕분이다. VIP자산운용의 개방형 공모펀드는 국내 첫 절대 성과 연동형 상품으로 펀드 수익률에 따라 운용보수가 정해지는 구조다. 손실이 발생하면 자산가격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운용보수를 아예 받지 않는다. 또 지난 2월 손익차등형 구조로 출시된 1호 공모펀드는 고유계정이 펀드의 손실을 선반영하는 구조다. 각 운용사 대표가 직접 펀드를 운용하면서 일관적인 운용철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선방하고 있는 비결로 꼽힌다.

다만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공모펀드 라이선스를 취득한 DS자산운용과 머스트자산운용의 공모펀드 출시는 늦어지고 있다. DS자산운용은 금융감독원 펀드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출시가 계속 지연되고 있고 머스트자산운용은 처음부터 펀드 구조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사모시장에서 사용하던 전략을 공모펀드에 최대한 접목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운용전략과 펀드구조, 투자자 보호장치 등에 대한 검토가 길어지면서 DS자산운용의 공모펀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스트자산운용은 특수한 전략을 구사하는 공모펀드 출시를 검토하다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펀드 심사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가 실력 있는 운용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모펀드로는 퇴직연금 자금을 끌어오기 힘들지만 공모펀드가 장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으면 안정적인 장기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연금과 적립식 자금 등 장기적인 자금이 들어와야 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사모운용사들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를 출시하는 것도 이 같은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