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확대에 韓 금융취약성 재악화…취약차주 리스크도 점증
2023-06-21 16:23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이종한 금융리스크분석부장, 박구도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김인구 금융안정국장, 이정연 안정분석팀장. [사진=한국은행]
최근 가계대출 등 부채가 증가하면서 한국 금융시스템의 중장기 취약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실제 가계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 취약 차주 10명 중 4명은 1년간 버는 소득보다 대출 연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됐고, 자영업자대출도 규모가 커지면서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는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의 질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48.1로 전 분기(46.0) 대비 반등했다. 이는 2021년 2분기(59.4) 이후 줄곧 하향세를 기록하다 7분기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200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수치를 평균한 FVI 장기평균치는 39.4다.
이종렬 부총재보는 "작년 하반기까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국내외 통화 긴축 완화 기대 등 영향으로 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돼 금융 불균형이 누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더 나아가 그동안 감소 추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이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확대된 만큼 2분기 금융취약성지수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꾸준히 늘고 있는 자영업자대출도 한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올 1분기 자영업자대출은 1034조원으로 2019년 말보다 50.9%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 7.6% 불어났다. 한은은 올 연말 자영업자대출 연체 위험률이 3.1%까지 상승하고 이 중 취약 차주 연체 위험률은 1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부실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1분기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 분기(0.32%)와 비교해 0.09%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1분기 해당 연체율이 0.28%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연체율이 0.13%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 역시 0.52%에서 0.57%로 0.0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세가 하락세도 금융시장 안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가계 평균 순자산 규모를 비교한 결과 2021년 말 4억4000만원에서 올해 3월 3억9000만원으로 평균 5000만원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집값 하락으로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 가구 비중 역시 2.7%에서 5%대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전세가격이 올해 3월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세주택 100가구 중 최대 7가구(4.1~7.6%)는 대출에 나서더라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주택시장 관련 리스크가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단기간 내 집값 급락 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증대와 미분양 주택 물량,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가격의 완만한 조정이 임차가구 주거비 부담과 전세대출 수요 둔화를 통한 가계대출 축소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실수요자 위주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와 분양가 조정,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