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 환수 난항"…기승 부리는 주가조작 의심 범죄, 남는 장사인가

2023-06-25 13:13
주가조작 등 3대 증시 불공정거래 재범률 23%
"절반 집행유예, 범죄수익환수 난항…남는 장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가조작 의심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재범자까지 등장하면서 처벌 수위와 재발 방지에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주가조작 세력 적발에서부터 판결까지 '하세월'인 데다 판결이 나와도 처벌 수위가 미약한 데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수익을 숨기는 수법까지 교묘해지다 보니 시세조종은 이른바 '남는 장사'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주가조작 등 3대 증시 불공정거래 재범률 23%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는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이 사건 배후에 있는 온라인 주식정보 카페 운영자 강모씨(52)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4일 주가가 폭락한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 등 5개 종목은 강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매수 추천 종목으로 자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과거에도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강씨는 2014~2015년 조광피혁과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대한방직 등 4개 종목을 대상으로 약 1만여 회에 걸쳐 시세조종을 벌여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이 확정됐다.

배우 견미리 남편으로 알려진 이홍헌 전 보타바이오 이사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2011년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후 2016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가조작 범죄자 4명 중 1명은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증시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 정보 이용·주가조작·부정 거래)로 제재받은 643명 중 23%(149명)는 재범 이상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재판 하세월, 범죄수익 환수 난항···"남는 장사"
주가조작 재범률이 높은 원인에 대해 법조계는 △미약한 처벌 수위 △범죄수익 환수의 어려움 △지난한 사법 절차 등 크게 3가지 이유를 꼽는다. 2020~2021년 대법원이 불공정거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은 103건 중 50건으로 48.5%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도 지난 2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금융 전문인 차앤권 법률사무소 차상진 변호사는 "주가조작은 다른 범죄처럼 총책임자가 있어 특정 인물이 주도적으로 지시하고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일당이나 세력 등 단위로 조직적으로 벌이는 범죄이다 보니 특정 한 명에게 큰 형량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벌어들인 범죄수익과 비교하면 이른바 '남는 장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한 일당이 거둬들인 범죄수익은 264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외로 빼돌린 범죄수익은 지금도 수사 중이다.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일당이 챙긴 범죄수익도 1621억원에 달한다. 강씨가 취한 부당이득 규모는 104억원으로 추정된다.

은닉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는데 사법 절차가 하세월인 것도 '남는 장사'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조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심리(약 2개월)와 금융당국 조사(약 10개월)만 1년 정도 소요되고, 이후 수사와 재판은 평균 약 25.9개월 걸린다. 이 기간 범죄자들은 명의신탁, 차명계좌는 물론이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숨기고 있다. 지난해 검찰이 환수한 범죄수익은 1009억원으로 전체 누적 미집행 추징금(31조3837억원) 가운데 0.32%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범죄수익 회수가 '형벌의 완성'인 만큼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주가조작이 적발되더라도 보유한 돈이 더 크다는 걸 경험해보니 또 욕심이 나는 것"이라며 "범죄수익 환수에 집요해야 하고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인데 조명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