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북치기 박치기' 후니훈이 영화 '기생충' 다송이 그림을 그리기까지

2023-07-03 06:00

 

작가 지비지에게는 개그맨도 쉽게 갖기 어렵다는 유행어가 있다. 바로 '북치기 박치기'.

그는 2000년대 초반 한 통신사 광고에서 '비트박스 잘 하는 법'을 전수해 전 국민이 '북치기 박치기'를 입에 달고 다니게 한 장본인이다. 비트박스를 가르쳤던 래퍼 후니훈은 이제 지비지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다송이 그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지비지 작가 [사진=김호이 기자]

-가수이자 작가까지 직업이 몇 개인가.
그러게요. 가수 생활 할 때는 후니훈, 그림을 그릴 때는 지비지, 본명은 정재훈. 세 가지네요. 하는 일에 걸맞는 이름을 짓다보니까 세 개가 됐네요.
 
-어떤 이름으로 살 때 나답다는 생각이 드나.
아무래도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 정재훈이 제일 저 다운 것 같아요.
 
-후니훈과 지비지라는 이름을 어쩌다가 짓게 됐나.
되게 간단한데요. 사람들이 '후니야 후니야' 라고 불렀는데 같은 그룹이었던 형이 후니야 후니야 하다가 훈을 붙이라고 해서 '후니훈'이 됐어요. 지비지는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주말에 친구가 '너 어디야'라고 문자가 왔어요. '집이지'라고 답 했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지비지'가 된 거예요.
 
-작업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걸어다니고, 자연을 보고, 미술관을 가고, 잡지를 보고, SNS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그림을 그려요.
 
-집에 있을 때는 뭘 하나.
집에 있을 때는 그림만 그려요. 틈만 나면 음악을 들어요. 음악이 없으면 그림이 안 그려져요. 무조건 음악을 틀어놔요.
 
-그림은 어쩌다가 그리게 됐나. 
음악 활동을 하다가 내려놓는 시간이 있었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내려놓고 쉬고 싶은 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내려 놓고 쉬자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고속터미널에 있는 한가람문고에 가서 펜이랑 마커랑 스케치북을 사서 2015년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인터뷰 장면 [사진=김호이 기자]

-음악 작업과 그림 작업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나.
반반인 것 같아요. 근데 그림 작업을 하면서 음악 작업을 한 적은 없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니까 50:50이에요.
 
-작업에 담고 싶은 궁극적으로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동심이라는 건 누구나 경험했고 그 시기를 지나왔잖아요. 근데 커서는 '나 때는, 어릴 적에는, 그때는' 이라는 말로 과거를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심이 어른이 돼서도 기억 하고 싶은 걸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 거에요.
 
-어떤 경험이 지금의 후니훈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됐나.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많이 뛰어 놀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외국도 많이 나가고 축구도 하고 여러 취미생활들이 쌓여서 그림 안에 모여진 것 같아요.
 
-기생충 이후 달라진 것들은 뭔가.
그렇게 큰 건 없는데 감사하게도 제가 오일 파스텔로 꾸준히 그린 자회상이 있었는데 그 그림을 봉준호 감독님이 좋아하신 거예요. 그것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어쩌다가 연락을 주신 건가.
제가 들은 바로는 이하준 미술감독님이 계시는 미술팀에서 제 그림을 보여줬나봐요.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제 그림으로 미팅을 해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시작이 됐어요. 이 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그림이 필요하니까 잘 부탁드린다고 하면서 시작됐어요.
 
-기생충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하나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된다는 걸 처음 경험했어요. 힘들었지만 그러면서 하나의 완벽한 그림이 탄생됐어요.
 
-본인만의 특별한 표현 기법이 있나.
패턴을 좋아해요. 직선과 곡선을 이용한 패턴을 자유롭게 이어서 하나의 그림으로 탄생해요.
 
-영화 속에서 본인의 작품을 보니까 어떻던가.
신기했죠. '제 그림이 언제 나오지'라는 생각만 했어요.
 
-와이프한테도 기생충 작업 하는 걸 알리지 않았다고 들었다.
영화사 측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해서 극비로 진행했어요.
 
-기생충 작품을 가격으로 책정하면 얼마로 하고 싶은가.
가격으로 책정할 수 없죠. 영화에 기여한 작품 정도고 어떻게 보면 소품으로 쓸 수도 있고요. 그 그림은 제 영혼과 봉준호 감독님의 영혼이 담긴 그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값어치를 매길 수 없어요.
 
-직업병이 있나.
자세가 불안정 하다 보니까 목이 아파요.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는 않아요.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것 뿐이지. 그게 대중들에게 좋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비결이 있나. 
많이 걸어요. 걸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잡념도 없어져요.
 
-작가님에게 행복을 주는 건 뭔가.
음악과 그림이요.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행복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아내가 제 행복이자 활력소예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뭔가.
따뜻하고 진정한 허그가 사랑인 것 같아요. 안을 때의 온기가 사랑으로 느껴져요.
 
-요즘 가장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나. 
바다 수영이요. 드럼도 치고 서핑도 해보고 싶어요.
 
-작가로서 지비지, 가수로서 후니훈, 사람으로서 정재훈은 어떤 사람인가.
작가로서 저는 저도 눈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대중들도 제 그림을 보고 눈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하는 후니훈은 재밌게 랩을 하고 그걸 흥겹게 즐겨줬으면 좋겠고 정재훈은 배우자의 남편이자 부모님의 아들이자 누나 두 명의 동생이고 가족 구성원인 정재훈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힘내세요. 본인과의 싸움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힘내라고, 고생했다고, 할 수 있다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비지 작가와 김호이 기자 [사진=김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