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사업현장 불법행위 조장할 것"···경영계 우려 목소리 높여

2023-06-15 20:18
전경련 "조합원 개별책임 입증 어려워 피해 고스란히 사용자 떠안아"

노동조합 쟁의행위로 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노동자 개인에 대한 책임을 조합과 동일하게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두고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쟁의활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 판결에 대한 논평을 내고 “대법원이 불법파업에 참가한 개별 노조원별로 손해를 입증하도록 한 것은 배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조합에만 책임을 국한한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개별 조합원이 책임은 노조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선 항소심 재판부는 파업 참여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피해액의 50%를 조합원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한상의 측은 “최근 대법원이 경영성과급,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 등 그간 산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해 온 원칙들을 부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고 있다”며 “법원은 제2, 제3의 통상임금사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해 나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도 입장을 내고 “이번 판결은 불법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 책임 범위 입증이 힘들어 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며 “또 파업의 과격화로 노사관계가 악화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국내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불법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공동의 의사에 기한 하나의 행위공동체로서 행한 것으로 공동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귀책 사유와 기여도와 관계 없이 손해 전체에 대하여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본부장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를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회사 측에 조합원 각각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도를 파악해 입증하라는 것인데, 이는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사법부가 쟁의활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노동3권 보장에 대한 잘못된 사법적 시각으로 금속노조 배상 책임을 인용한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규탄한다”며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모든 역량을 투여하고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조합원의 쟁의활동 책임 범위를 축소 해석한 만큼, 현재 비슷한 재판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노조 파업 손해배상 재판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쌍용자동차가 금속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대법원 판결에서는 쌍용차가 복귀 조합원에게 지급한 18억8200만원은 손해배상액에서 제외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앞서 쌍용차는 금속노조의 불법파업으로 회사가 1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33억114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역시 노조 쟁의활동으로 인해 기업이 입은 손해액을 축소한 판결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