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상생협력으로 하나된 승진훈련장

2023-06-15 14:13

[임병식 교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는 정파도 이념도 뛰어넘는다. 지난달 25일부터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화력격멸훈련은 한미 연합전력과 육해공 합동 전력의 응징·격멸 능력을 보여주는 화력 시범이다. 쉽게 말해 우리 군이 보유한 최신 무기를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훈련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북에 대한 경고다. 섣부른 불장난은 ‘격멸(전쟁이나 전투에서 적을 없앰)’을 각오하라는 것이다. 훈련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와 아파치 공격헬기,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K21 장갑차, 천무 다연장 로켓포(MLRS), 자폭 드론 등 첨단 화력이 대거 동원됐다.

 

[승진훈련장 전차포 사격 시연]



7년 만에 재개된 훈련은 한미동맹 70주년, 건군 75주년을 기념한 역대 최대 규모다. 화력시범훈련을 참관한 뒤 군에 대한 신뢰는 강화됐다. 이전에는 우리 군이 북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화력시범을 통해 북은 결코 우리 상대가 안 된다는 믿음으로 바뀌었다. 최첨단 감시 장비와 가공할 만한 화력, 1m 오차범위 내 정밀 타격, 그리고 자폭 드론 무인기까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정치가 갈지자를 걷는 동안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해온 군에 박수를 보낸다. 화력격멸훈련은 힘에 의한 평화, 한국 방위산업 확대, 국민과 함께하는 군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힘에 의한 평화. 국회의장실에 있을 때 가깝게 지낸 군 출신 의원이 있다. 그의 방에 갈 때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문구가 강령했다. 로마 전략가 베게티우스가 했다는 이 말은 상무정신을 의미한다. 전역한 지 오래됐어도 안보를 최우선에 둔 그 의원은 의정활동 또한 성실했다. 승진훈련장에서 이 말을 떠올렸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군은 무기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미군에게 의지했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대한민국은 이제 자주국방은 당연하고 해외에 무기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상전벽해도 이런 상전벽해가 없다.

함께 간 지인은 북한이 핵을 갖기 위해 안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숨을 보존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공감됐다. 흔히 핵에는 핵으로 맞선다고 할 때 핵 억지력이라고 한다. 북한이 기를 쓰고 핵을 가지려는 목적은 핵전력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남한 군사력에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한 최첨단 감시 장비와 무기는 개전 초기에 북한 지도부 의지를 꺾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공포감에서 핵 보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은 흉노, 북핵은 남한 군사력에서 비롯된 공포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력격멸훈련은 대화와 함께 힘에 의한 항구적 평화를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둘째, 한국 방위산업 확대. 지난 7일 이종섭 국방장관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화력격멸훈련장을 찾았다. 폴란드는 한국 방위산업에서 ‘큰손’이다. 마리우시 장관은 훈련을 참관하고 한국산 무기의 위력을 체험했다. 한미 71개 부대, 장병 25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훈련에 동원된 첨단 장비만 600여 대에 달했다. 하늘에서는 스텔스 폭격기와 아파치 공격용 헬기, 땅에서는 흑표 전차와 다연장 로켓포가 적진을 향해 화력을 쏟아 부었다. 요란한 폭음 사이에서 빛난 한국형 무기는 폴란드 국방장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게 분명하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마리우시 장관은 훈련을 마친 뒤 화력시범에 동원된 군사 장비를 돌아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K239 천무 다연장 로켓포를 비롯해 우리 기술로 생산한 군사 장비들이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7월, 우리 정부와 대규모 무기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 20조원으로 추산되는 계약 규모였다. 폴란드 한해 국방비(약 19조원)를 웃돌았다. 마리우시 장관은 “한국은 평화를 위해 70년 동안 전쟁을 준비한 국가이고, 개발한 무기는 최고 품질”이라며 한국산 무기를 높이 평가했다. 화력격멸훈련은 국방 과학기술 우수성을 과시함으로써 방위산업에서 우위를 확인시켰다.

셋째, 국민과 함께하는 군. 군은 국민의 사기를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 군에 대한 국민들의 절대적 신뢰를 의미한다. 화력격멸훈련은 민·군 사이에 신뢰가 형성될 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력훈련에 부정적이었던 지역주민들은 크게 바뀌었다. 민·군 상생협력을 통해 국가 안보 중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동반자로 인식하게 됐다. 훈련장 주변 주민들은 반대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진보연합을 비롯한 외부 영향력을 차단하고, 오히려 화력시범훈련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훈련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시범 훈련이 있는 날이면 훈련장 일대 상권에 온기가 돈다.    

2021년부터 진행한 상생활동은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친군화와 신뢰형성, 상생협력사업을 통해 민과 군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 육군본부와 5군단 상생협력 부서는 다양한 상생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승진훈련장 주변 주민 6400여 명 가운데 군인과 군인가족 비율은 50%에 달한다. 군은 지역주민과 함께 이용하는 상생센터 건립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복지 소외지역에 목욕탕과 수영장, 영화관, 파크골프장을 건립 중이다. 나아가 군과 포천시는 승진훈련장과 지역축제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지면서 7년 만에 재개된 화력격멸훈련은 민군상생협력 모델로 떠올랐다.

앞서 국방부는 올해 주력사업으로 민군상생 복합타운을 제시했다. 소규모 산재한 군사시설을 전략적 요충지에 통합 조성함으로써 효율적인 군사시설 배치, 군의 주둔 여건 보장, 지역 균형발전, 민·군 갈등 예방을 목표로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종응 육군본부 상생협력과장은 “흩어진 부대를 통합할 경우 지역발전과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 또 군사구역과 민간 거주가 조화를 이룬다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다”고 설명했다. 힘에 바탕을 둔 평화만이 항구적인 평화의 전제조건이다. 여야를 뛰어넘어 민·군상생이라는 관점에서 군을 바라보는 성숙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다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를 떠올린다.

 

[승진훈련장 현장 사진]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