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운용 비상] 고꾸라지는 기업 신용등급… "등급 하향 계속될 것"

2023-06-12 06:00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사진=각 사]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자비용 증가에 실적 악화까지 예견되고 있어 신용등급 강등 기업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로서는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총 10개 기업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5월에만 6개 기업 신용등급이 내려갔고 6월에도 1개 기업 등급이 낮아졌다.

최근 신용등급 조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신용등급이 A 이상인 우량 기업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A등급 이상인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신용등급이 A+였던 여천NCC는 지난 5월 9일, LG디스플레이는 같은 달 15일 A등급으로 하향됐다. A등급이었던 효성화학은 지난 7일 A-로 떨어졌다.

신용등급이 하향된 주된 원인은 실적 부진이다. 효성화학과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황 둔화 우려감이,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적자가 신용등급 강등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이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법인 총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조537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96% 감소한 수치다. 코스피 상장사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도 수십 개에 달한다. 지난 9일 기준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28개, 한국신용평가는 32개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A등급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나신평 기준 △코리아세븐(A+) △태영건설(A) △한국씨티은행(AAA) △SK어드밴스드(A) △HDC(A) △HDC현대산업개발(A) 등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한국토지신탁(A) △부산교통공사(AAA) △오케이캐피탈(A-) △KDB생명보험(A+) △SK증권(A) 등에 대해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롯데지주(AA)를 비롯해 롯데케미칼(AA+)과 롯데캐피탈(AA-), 롯데렌탈(AA-)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대거 강등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업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거나 하향 검토 대상이 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행히 채권시장이 이미 일부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을 선 반영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발생하는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말이 오면 계절적으로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확산되면서 자금시장이 다소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 강등은 기업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AA등급 회사채의 시가평가 기준 수익률은 4.252%를, AA-는 4.312%를 기록했다. 반면 A+는 4.946%, A0는 5.213%, A-는 5.654%로 나타났다. BBB+는 8.288%였고 이보다 낮은 BBB와 BBB-는 9~10%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싱글A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금리 부담이 5%를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그나마도 발행을 통해 자금이 조달되면 다행이다. 한번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조달 자체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