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악화 우려에...신용등급 줄줄이 강등되는 건설사들
2024-03-27 16:11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올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사태 등의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연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건설사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건설사는 GS건설, 대보건설, 한신공영, 신세계건설 등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최근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적자폭 확대가 발목을 잡았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878억원으로 2022년 영업손실 120억원에 비해 적자가 크게 심화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900%를 넘겼다.
이승민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진행 사업장의 원가율이 100% 내외에 이르고 PF 보증금액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분양실적과 수익성 개선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신평은 지난달 GS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하고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했다. 작년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주차장 붕괴사고 여파와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했고 재무 안전성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에서다. 대보건설도 비슷한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으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이 BBB- '안정적'→'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신용도 하락이 곧 기업 자금조달 난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회사채 시장 등에서 기관투자자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투자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건설사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신평이 지난해 말 유효등급을 부여한 20개 건설사의 합산 PF 보증 규모는 총 30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5.6% 늘어난 수준이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PF 보증과 미분양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설사들의 전체 손실 규모가 5조8000억∼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월 6만2489가구 대비 2.0%(1266가구) 증가했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으로 분양가도 상승세"라며 "올해 입주 물량이 많고 수요가 위축된 점 감안할 때 단기간 내 분양시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내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4월 위기설’까지 나오면서 정부도 유동성 신속 공급 등 관련 정책 카드를 내놓는 등 불안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이 금융리스크에 빠지지 않게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현행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더 늘리겠다"며 "PF 정상화 펀드 지원 대상을 현재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서 일시적 자금 애로가 있는 정상 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