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의 野당탕탕] 반복되는 계파갈등의 역사

2023-06-04 15:4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계파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당내에서 혁신기구 구성과 상임위원장 선출, 대의원제 축소 등을 놓고 연일 잡음이 터져 나온다. 갈등의 이면에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권력 다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의 주도권 다툼까지 더해졌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24일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을 예고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주도권 싸움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른바 '개딸'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지난주 민주당 의원실을 돌며 '대의원제 폐지 및 조정'을 골자로 하는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한 비명계 의원실 측에서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정당의 이런 모습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촉발한다. 그럼에도 계파갈등은 정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총선 같은 거대 이벤트를 앞두면 더 그렇다.

2013년 민주통합당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경선에서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로 통칭되는 주류와 비주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17대 대통령 선거 경선을 두고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로 당이 쪼개졌다.

2007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쪼개진 계파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모임으로 진화했다. 2008년 총선 때 친박계 의원이 대거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친박연대 등으로 여권이 분열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민주당의 이번 계파갈등의 파열음도 '총선'과 '공천'으로부터 터져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격인 선거다. 국민이 윤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파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내 공천권만 확보하면 '정권 심판론'을 통해 충분히 총선에서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계파 간 갈등도 오히려 계파끼리 '진검승부'로 노선을 분명히 하고, 당과 계파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우려가 되는 점은 '민생'이다. 수출 실적 부진,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 서민 경제를 알 수 있는 지표들이 죄다 '빨간불'이다. 국정운영의 책임은 집권 여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1야당에도 있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계파갈등을 수습해야 한다. 야당이지만 여의도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갖고 있는 '여의도 1당'임을 잊지 말자.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의 계파갈등을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바라볼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