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휠체어'만 기준으로 한 교통약자법…헌재 "헌법불합치"

2023-05-25 18:42
2019년 와상장애인 가족이 헌법소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와상장애인)을 위한 교통 탑승 설비 규정이 없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뇌병변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동거하는 가족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대해 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들을 대리하는 이모 변호사는 지난 2019년 10월 “와상장애인을 위해 간이침대 등 이동편의장비를 특별교통수단에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교통약자법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탑승설비를 특별교통수단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와상장애인을 위한 규정은 따로 없다. 헌재는 이같은 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설비 기준을 정하고 있어 와상장애인을 비롯해 표준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는 다른 장애인들에 대한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부담을 이유로 다른 장애인을 위한 규정이 없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도 했다. 헌재는 "누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며 "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심판대상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심판대상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도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해당 법의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는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