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회복'에 1분기 순대외금융자산 7730억 달러…단기외채 비중 상승
한국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이 전 분기보다 증가한 7730억 달러(약 1017조원)를 기록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거주자의 증권투자 등 대외금융자산 증가 속도가 외국인 증권투자 등 대외금융부채 증가세를 앞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한 가운데 단기외채 비율은 40%대로 상승하는 등 대외 건전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은 총 7730억 달러로 작년 말(7713억 달러)에 비해 17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외금융자산은 317억 달러 증가한 2조2004억 달러, 대외금융부채는 300억 달러 증가한 1조4274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한 것은 거주자의 증권투자와 직접투자가 활발해진 영향이 크다. 대외부채 역시 외국인 증권투자를 증심으로 300억 달러 증가했으나 대외금융자산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금융자산 중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162억 달러 증가했고, 글로벌 주가 상승 등으로 증권투자는 367억 달러 늘어났다"며 "1분기 중 미국 나스닥 주가는 16.8%, 유럽연합(EU)과 일본 주가는 각각 13.7%, 7.5% 상승했다"고 말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전 분기 말 대비 2억 달러 감소한 3562억 달러로 나타났다. 대외채권(1조212억 달러)은 장기 대외채권(42억 달러)이 늘었으나 단기 대외채권(-47억 달러)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5억 달러 감소했다. 대외채무(6650억 달러)는 단기외채(72억 달러)가 예금취급기관 차입금을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장기외채(-75억 달러)가 더 크게 감소하면서 3억 달러 줄었다.
전체 대외채무는 줄었지만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 등으로 단기외채가 늘어나면서 외채건전성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율은 다시 40%대로 올라섰다. 단기외채 비중 역시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이 84억 달러 늘어난 데다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이 28억 달러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유 팀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3월 중순 이후 차익거래 유인이 일시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외은 지점의 차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그러나 단기외채 비율과 비중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시각이다. 유 팀장은 "1분기 말 단기외채 비중(26.1%)은 장기 평균(직전 10년)인 28.1%에 비해 낮다"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이상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외 지급 능력과 외채 건전성 측면에서 대외건전성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4년 3분기부터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