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 돌파구 마련한다'…2025년까지 150만개 기업 보유 목표

2023-05-24 13:54

호치민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트남이 2025년까지 기업 150만개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업 육성을 통해 경제 성장·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3월 정부 결의안 45호 행동 계획(이하 정부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는 민간 경제를 경제의 중요 원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결의안 10호(2017년)의 지속적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이다.

이는 민간 경제 발전 방안으로서, 그중 주목할 만한 내용은 2025년까지 베트남에 기업 150만개를 갖추겠다고 제시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6만~7만개의 중대형 기업을 포함해 기업 150만개, 2030년까지는 최소 200만개를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민간 대기업을 육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이외에도 정부 결의안에는 베트남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기업가 정신, 창업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과 방안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 기업들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베트남 경제에 타격을 가하면서 기업들 역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치민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트남까지 도달한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
베트남 기획투자부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4월 20일 기준 전체 경제의 신용 증가율은 2022년 말 대비 2.57% 증가했는데, 이는 작년 증가율(6.42%)의 3분의1에 불과한 수치이다. 이는 생산, 경영, 기업의 자본 능력, 그리고 경제 상황이 계속해서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장에 첫 진입 및 재진입한 기업 수보다 폐업 및 철수하는 기업 수가 더 많았다. 구체적으로 1분기 중 시장 진입 및 재진입 기업 수는 5만6946개로 2022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동 기간 중 신규 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고, 경영에 복귀한 기업 수는 2만3041개로 10% 감소했다.

반대로 1분기 중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은 6만241개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으며, 그중 71.1% 기업이 해당 기간 동안 단기 사업 중단을 선택했다. 또한 휴업 기업 수는 4만2858개로 20.1% 증가했다.

이외에도 폐업 절차를 기다리는 기업의 수는 1만2766개로 13.1% 증가했고, 폐업 기업 수는 4617개로 6.5% 증가했다. 더욱이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 중 35%만 향후 2년 동안 사업 규모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대로 기업들 중 65%는 확장 계획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심지어 약 11%의 기업은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베트남 민간 기업들의 평균 자본 규모는 약 156억동(약 8억8000만원), 직원 수는 21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에 자본 규모가 223억동, 직원 수는 23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자본과 인력 모두에서 감소한 것이다. 2022년에는 약 5% 정도의 기업들이 투자 자본을 늘리고 채용을 확대했지만, 이 수치 역시 2019년 수준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사업 성과 측면에서 보자면 2022년에는 민간 기업의 약 43%만 수익을 창출했는데, 이는 2019년의 63%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다. 반대로 2022년에 손실을 기록한 기업의 비율은 35% 이상인 반면 2019년에는 23%를 조금 넘었다.

통계총국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의 수는 14만3200곳으로 전년 대비 19.5% 증가했다. 매달 평균 1만1900개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것이다. 2021년 전국에서 일시적으로 사업을 중단한 기업은 5만4960개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2016~2020년 기간 평균에 비해서는 약 91%나 급증한 것이다.

2021년에 등록된 사업 중단 기업 수는 운영을 재개하는 기업 수보다 1.28배 더 많으며, 이 비율은 2016~2020년 기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위와 같은 내용은 베트남 내 민간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오랜 기간 사업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은 한때 2020년까지 기업 100만개 보유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베트남 내 기업 수는 약 80만개가량이다.

베트남 중앙경제관리연구소(CIEM) 응우옌 티 민 타오 소장은 2025년까지 150만개 기업을 보유하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목표가 매우 야심차다며, 정부는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하고 획기적인 노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요소들이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외부 불확실성으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동안 베트남 정부는 사업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결정을 내렸지만, 기업에 더 유리한 조건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정책은 여전히 ​​매우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대한 장벽이 훨씬 더 커졌고, 야심찬 목표에 행동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낭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 발전 및 대기업 육성도 과제 
한편 정부 결의안은 기업 외에도 자영업자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자영업 규모 확대, 운영 효율성 개선, 자영업체의 기업 전환 등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연구하고 구축할 것을 기획투자부에 지시했다.

타오 소장은 그간의 자영업을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여전히 많은 장벽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체들은 세금 요건 등 영향을 받는 요인이 많기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들은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없다. 

또한 기업으로 전환 시 세금, 보험, 감사 등 각종 행정 절차도 복잡하다. 이것이 비공식적 부문에서 공식적 부문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이다. 또한 타오 소장은 150만개 기업 보유 목표는 좋지만, 기업을 위한 지원과 개혁의 노력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말했다.

베트남 국가통화금융정책자문위원인 껀 반 륵(Can Van Luc) 박사는 2016~2021년 기간 동안 베트남의 민간 부문 경제가 연간 GDP의 약 46%를 기여했다며, 2025년까지 150만개 기업을 보유하고 GDP의 55%를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베트남 경제가 추가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 곧 강한 대기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결의안 역시 기업 수 외에도 다수의 민간 대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4월 초에 열린 한 세미나에서 직원 수 2만2000명 규모의 민간 대기업인 BRG 그룹의 응우옌 티 응아 회장은 "BRG 그룹이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버텨왔는지 알 수 없다”며 “투자자본의 압박이 너무 커 5, 6년 동안 쉽사리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고, 이자가 너무 높아 기업들이 어려움이 많다”며 “관리기관이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여러 방안들을 제시해 기업들에게 요구했을 때 이를 충족할 수 없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오 소장도 베트남 내 대기업 숫자가 여전히 적다는 것을 인정했다. 베트남에서는 일반적으로 총 자본금이 1000억동 이상이고 총 직원 수가 300명 이상인 경우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중소기업의 기준은 더 명확하다. 2017년 중소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총 자본금 1000억동을 초과해서는 안되며, 전년도 총수입이 3000억동을 넘지 않아야 한다. 타오 소장은 중소기업이 여전히 98%를 차지한다며 이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이지만 베트남의 문제는 대기업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타오 소장은 "대기업은 파급 효과가 있어 경제뿐만 아니라 기업 부문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대기업 부문이 중요하다”며 “베트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성장 국가지만 수출의 70%가 외국인투자기업(FDI)에서 나온다”고 했다. 또한 “대기업이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와 연계된 국내 기업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육성해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내수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