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기사시험 609명 답변지 통째로 파쇄…내달 추가 시험

2023-05-23 11:10
어수봉 이사장 "피해 응시자에 사과…책임자 엄중 조치"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지난 4월 서울 한 시험장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가 채점 전에 통째로 파쇄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시험 주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 응시자 구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에서 치러진 정기 기사 1회 실기시험 답안지가 공단 채점센터에 전달되지 않고 모두 파쇄됐다.

애초 답안지는 전용 포대에 담겨 채점센터인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옮겨져야 했지만 지사에선 이를 받지 못했다. 공단 관계자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로 해당 답안지 포대가 공단 채점센터로 인계되지 않고 파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시험에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 수험자 609명이 응시했다. 공단 측이 답안지 파쇄를 최근에야 파악해 해당 수험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이날 응시자 모두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공단은 피해 수험자들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추가 시험은 6월 1~4일, 24~25일 등 모두 6일 가운데 하루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시험장은 수험자가 원하는 지역 내 공단 소속기관 등으로 지정해 준다.

내달 1~4일에 추가 시험을 치르면 애초 1차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인 같은 달 9일에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4~25일 시험 응시자는 이보다 결과 발표가 늦어진다. 응시 미희망자는 수수료를 전액 돌려줄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6월 중순으로 예정된 공무원시험 응시에 자격증을 활용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추가 시험일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어 이사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자격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자격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입힌 점,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어 이사장은 "특별조사를 거쳐 책임자 문책 등 엄중 조치하는 것은 물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게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겠다"며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