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장사한 증권사, 예탁이용료 '찔끔'… 인상효과 無
2023-05-18 16:30
'빚투(빚내서 투자)'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자 수익을 거둔 증권사들이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예탁금을 신용거래융자자금으로 활용하는 등 이자 수익을 챙기면서도 5분의 1 수준인 이용료만 지급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객 돈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 '이자 장사'를 한 셈이다. 이에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 규모 상위 10개 증권사가 올해 1분기 지급한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는 723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도 소폭 인상하면서 직전 분기 대비 8.58%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긴 대기성 자금이다.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맡긴 돈을 빌려 이를 통해 얻은 운용 수익, 발생 비용 등을 감안해 이용료를 지급한다.
투자자 예탁금이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올 1분기 기준 2조2588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이 지급한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는 164억원이다. 잔액은 직전 분기보다 2.83% 늘어난 가운데 이용료는 4.32% 증가했다.
키움증권이 뒤를 이었다. 키움증권 투자자 예탁금은 1조6911억원으로, 2.31% 많아졌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로 0.21% 줄어든 55억원을 지급했다.
증권사들이 이용료 지급에 인색한 것은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증권사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는 평균 0%대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1%대였던 기준금리가 올해 3.50%까지 높아졌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반면 빚투 증가에 따라 이자 수익은 늘었다. 올해 초 증권사들은 고금리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줄줄이 내렸으나 국내 29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은 3602억원에 달했다. 오히려 전 분기보다 3% 가까이 늘어났다.
한편 금융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증권사 이자율·수수료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이자율 산정 체계 개선 방안, 수수료 공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