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자체신용평가 고도화 계획 차질...'연체율 관리' 비상

2023-05-16 16:57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3 카카오뱅크 Press Talk'(기자간담회)에서 '2023 카카오뱅크 전략-방향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4.18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위원회가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심사를 돌연 중단했다. 이번 심사 중단으로 카카오뱅크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차주들의 신용평가를 고도화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카카오뱅크가 신용평가를 고도화하지 못하면,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신청한 ‘본인 신용관리업’과 ‘전문개인 신용평가업’에 대한 허가심사가 보류됐다. 본인 신용관리업은 ‘마이데이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곳곳에 분산된 신용정보를 모아 개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전문개인 신용평가업은 개인 신용을 파악할 수 있는 비금융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융위는 허가심사 요건 중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권 인허가승인심사중단제도는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강제수사·기소 시점부터 허가심사 중단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의 운영지침에 따라 신규 사업허가 신청이 들어 왔을 때 대주주의 적격성을 본다.

이번 심사에선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카카오에 대한 강제수사가 문제가 됐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매입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의 압수수색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제수사로 대주주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면 향후 그 기업이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심사 보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심사 보류 결정으로 카카오뱅크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부터 차주들의 신용평가를 위해 독자적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를 적용했다.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정보가 부족해 신용평가가 어려운 개인을 위해 개발된 신용평가 모델이다.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같은 신용점수라도 빚을 상환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이들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 대안평가 모형을 고도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문개인 신용평가업에 대한 허가심사가 보류되면서 정교한 신용평가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당국의 주문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난해 25%에서 올해 30%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시키지 못하면 정교한 신용평가를 할 수 없다”며 “신용평가의 정확성이 떨어지면 연체율이 올라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면서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정교한 신용평가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