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퍼스트"...위기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자구책 통할까

2023-05-16 15:50
대표 교체하고 클라우드 중심으로 수익성 확대 골몰
경쟁사들과 달리 모회사·계열사 지원 못 받아...독자 생존 어려움
"AI·메신저 사업 철수 아냐"...업계선 인력 이동 불가피 예상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 대표를 맞이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회사 체질을 전환하며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 기업·공공 시장에서 고객을 확대하고 누적된 적자를 해소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신임 대표에게 주어졌다.

16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카카오 i 클라우드' 비즈니스 전략과 핵심 경쟁력을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주 신임 대표로 내정된 이경진 대표 내정자가 진행했다. 이 대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관리 전문 기업인 '엑슨투'를 설립해 운영한 바 있는 인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1월 엑슨투를 인수·합병함에 따라 회사에 합류해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했다.

이 대표는 "올해 회사는 △국내 클라우드 수준을 뛰어넘는 기술 고도화 △개발자 및 엔지니어 대상 클라우드 충성 고객층 형성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공략 등을 통해 공공 시장을 넘어 기업용 시장에서도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CSP)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게 목표"라며 "클라우드 비즈니스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업용 메신저 등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차질 없이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카카오 사내기업(CIC) AI랩이 분사해 설립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모회사 카카오 및 계열사의 지원 부족과 주력 사업으로 기대했던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의 부진으로 지속해서 적자가 누적되는 어려움에 처했다.

경쟁사 네이버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모회사 네이버와 NHN의 인터넷·모바일·게임 등 서비스를 호스팅하고, KT클라우드는 KT의 상면 고객을 이어받음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처(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 사업을 확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 집단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도 적용되는 성공 방정식이다. 카카오워크는 중견기업 및 공공 메신저 시장에서 네이버웍스, 하이웍스, 두레이 등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아주경제DB]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505억원 늘었다. 당기 순손실은 1613억원으로 전년(946억원) 대비 70.5% 확대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12월 기준 직원 수 1176명으로, 500~900명 내외 인력을 보유한 경쟁사보다 인건비 지출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술 확보를 위해 지속해서 추진한 AI·클라우드 스타트업 인수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말 모회사 카카오에 유상증자 대신 돈을 꾸는(단기차입) 형태로 회사 운영자금 1000억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올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체 데이터센터 설립'과 '고성능 가상머신(HVM) 제공'을 꼽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내년 1월 완공되는 카카오 안산 데이터센터를 상면(임차)해 클라우드 서비스용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실상 첫 자체 데이터센터다. 

고성능 가상머신은 미국 AMD와 공동 개발한 네트워크 FPGA(프로그래밍 반도체) '스마트닉'을 활용해 네트워크와 저장장치 반응 속도를 끌어올림으로써 기업에 '물리 서버(베어메탈)'와 동일한 성능을 갖췄으면서 운영비(TCO)는 35%가량 저렴한 '가상 서버'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서버 성능과 운영비에 민감한 게임 업체들을 목표로 한다.

이달 말에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멀티 가용영역(AZ)'을 본격 가동하고 기업의 프라이빗(내부) 클라우드 및 서버(온프레미스)와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트랜싯 게이트웨이(TGW)'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하이브리드(혼합형) 클라우드에서도 퍼블릭 클라우드와 대등한 속도를 갖춘 서비스 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1위를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K-클라우드 사업에서도 AI 반도체 팹리스 구축 대신 고성능 컴퓨팅 지원(AI 반도체 트랙)에 집중, 전체 사업의 절반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구조 조정과 사업 효율화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공동체가 아닌) 내부 논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가 (기업용 AI·메신저 등) 기존 사업에 대한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카카오공동체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비대한 몸집을 줄이고 클라우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개발인력을 카카오브레인으로 통합하고, 상당수의 메신저 개발 인력을 카카오 본사로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