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긴축 기조에 금리 '뚝'···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2배↑

2023-05-14 14:56
3.6%대 대출금리···올해 1%p 넘게 급락
긴축 시작한 2021년 8월 직후 수준 회귀
예금도 기준금리 수준···한달 13조원 빠져

[사진= 연합뉴스]

통화당국이 올해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긴축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출금리는 19개월 전으로 내려섰고, 낮아진 대출 금리에 신규 가계대출이 한 해 전과 비교해 두 배 더 늘어나는 등 가계 빚도 재차 들썩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는 연 3.680∼5.796%(12일 기준)로 집계됐다. 올해 연초인 1월 6일과 비교해 상당수 차주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1.14%포인트 내려선 결과다. 이는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직후 풀려난 유동성을 회수하겠다고 처음 금리인상을 단행한 직후인 지난 2021년 9월 수준과 비슷하다.

이렇듯 금리가 내려선 데에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4.527%에서 3.843%로 0.684%포인트 꺾인 영향이 가장 컸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긴축 기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 시장 내 금리도 빠른 속도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대내적으로는 금융당국이 가파른 금리인상을 제재하고 나서면서 금리인하 압력을 키운 영향도 적지 않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하나·국민·신한·우리은행을 차례로 방문했고, 그때마다 각 은행은 금리인하 방안 등을 담은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이에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는 3.900~6.466%를 기록해, 하단이 3%대까지 내려섰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 역시 4.650~6.150%를 기록해, 하단이 5개월 새 1%포인트가 내려섰으며,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하단이 5.080%에서 4.090%로 0.990%포인트 내려갔다.

금리가 긴축 기조 전으로 돌아서자, 가계대출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월별 신규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지난 3월에만 18조4028억원에 달하는 신규 가계대출이 취급됐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9조9172억원)과 비교하면 약 86%가 증가한 규모다. 4월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15조3717억원)도 1년 새 69% 늘었다. 특히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는 3~4월 각각 93%(8조6878억원→16조7628억원), 76%(7조8536억원→13조7888억원) 급증했다.

반대로 은행 예금은 빠르게 줄고 있다. 채권 등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뿐 아니라 수신(예금) 금리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리인상기 속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자금 경색의 원흉으로 지적받기도 했지만, 반년 만에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실제 5대 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우대금리는 현재 연 3.40∼3.80%로 기준금리(3.5%)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예금은행의 4월 말 수신 잔액(2204조9000억원)은 3월 말보다 13조4000억원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