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헛이자만 1550억원...정부·여당 포퓰리즘 도 넘었다

2023-05-11 15:17

서울 시내 한 주택단지에 붙어있는 전기계량기[사진=연합뉴스]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 결정이 또 미뤄졌다. 한국전력공사가 하루 평균 40억원 가까운 금융 이자를 내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내년 총선 표심 향배에만 집중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한전 적자가 누적될수록 국민 혈세 부담만 커지게 되는데 이를 외면한 채 표심만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기요금 논의 41일째 지지부진...매일 이자만 38억
당초 11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인상 폭과 관련해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정은 요금을 kwh당 7원 또는 그 이상 올리는 안을 두고 막판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은 지난 3월 말 발표 예정이었다. 통상 다음 분기 전기요금은 매 분기 시작을 앞두고 직전 달에 재정산된다. 그러나 지난겨울 예기치 못한 난방비 폭탄에 여론이 들끓은 데다 물가 상승 부담을 의식한 여당의 저지로 요금 인상 결정이 미뤄졌다.

전기요금 인상 폭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한전 적자는 매일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현재 한전은 매일 38억원씩 이자를 물고 있다. 올 2분기 전기요금 조정안을 41일째 묵히는 사이 1550억원 넘는 이자가 허투루 쓰였다. 이미 적신호가 켜진 한전 재무 상태에 쓰지 않아도 될 이자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의 이자 비용은 국민 한 사람이 내야하는 이자 비용을 더욱 키운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금리 역시 높아지는데, 오른 금리만큼 이자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지불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민 한 명당 한전 이자 갚는 데 2200원을 부담하고 있는 가운데 한전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하면 국민 부담도 함께 커지게 된다.
 
"국민 저항에 지지율 낮은 현 정부가 못 견디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은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한 모습이다.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게 되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당은 지난 1월 설 연휴 직후 '난방비 폭탄 사태'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이미 한차례 경험했다. 당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해 지난해 말 화물연대 사태 이전 수준인 37%까지 떨어졌다.

여론 악화 우려에 고심이 깊어진 여당은 한전에 정승일 한전 사장의 거취를 포함한 자구책 마련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날 당정협의회가 돌연 취소된 배경과 관련해서도 한전에 대한 추가 자구책 마련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해 한전 적자의 원인을 이전 정부로 돌리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내년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포퓰리즘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통은 겨울에 전기요금을 올리고, 여름에 가스비를 올리며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이번 정부는 반대로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 입장에선 (요금 인상에)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고 지지율이 낮은 정부가 못 견디는 것"이라며 "내년 선거에 질 수 없으니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