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 1년] 양보 없는 强대强 대치로 '협치' 실종…"대통령이 먼저 손 내밀어라"

2023-05-09 05:03
얼어붙은 정국 녹일 해법은
巨野, 힘으로 입법 폭주…악순환 반복
尹, 이재명 대표와 회동 단 한 차례도 없어
내년 총선, 국정 동력 확보 명운 달려

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 1년을 맞지만, 정치권은 냉랭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이례적으로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아본 적 없는 ‘0선’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기성 정치 문법을 깨고 이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입법 전쟁에서 번번이 밀리면서, 정국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한 새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도 속도를 내지 못한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5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제왕적 대통령중심제...尹, 먼저 협치 손 내밀어야
전문가들은 부정할 수 없는 제왕적 대통령중심제가 견고한 대한민국 정치에서 윤 대통령이 포용적인 자세로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은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부터 줄곧 ‘영수 회담’을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근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나서야, 윤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을 뿐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자신보다)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이자 순리”라며 대통령실의 만남 제안을 거부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영수 회담을 거부하면서 협치가 무너진 기폭제가 됐다고 비판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돼서 야당을 이렇게 전혀 만나지 않은 선례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 원내대표를 했는데, 당시 문 대통령은 여야 회동을 대통령 주재로 열었고, 여·야·정 협의회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 의원은 “야당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정치가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며, 이는 검찰총장형 통치 스타일”이라며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협치를 외면한 사이 야권은 거대 의석수로 맞섰다. 여당이 반대하는 법률개정안 ‘입법 강행’ 및 ‘장관 해임안·탄핵안 가결’ 등 밀어붙이기를 지속했다. 이를 참을 수 없는 윤 대통령도 결국 최후의 보루인 ‘거부권 행사’로 강대강 국면을 이어갔다.
 
7년 만에 행사한 대통령 거부권의 제물이 된 첫 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이었다. 여야 논쟁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이 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우 의원은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쓸 수 있다”면서도 “다만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여야 간에 충분히 이야기하고,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소통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내치에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 정권 초기부터 당무개입 논란에 휘말렸고 이에 여당도 혼돈을 거듭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이준석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여당은 새 정부 출범 초기 소위 ‘이준석 리스크’로 인해 당 지도부 체제가 크게 흔들렸다. 잇달아 출범한 주호영·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도 이 전 대표와 갈등을 거듭했다. 결국 지난 3월에서야 전당대회를 거쳐 친윤(친윤석열)계 ‘김기현 지도부’가 어렵사리 들어섰다. 이후에도 당내 친윤-비윤(비윤석열)계 등 계파 간 불협화음이 여전하고,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실언이 이어지면서 김기현 지도부의 권위는 그 어느 때보다 추락한 상태다.
 

[그래프=리얼미터]

30% 박스권에 갇힌 尹 지지율...내년 총선에 사활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정권 초기부터 계속 답보상태다. 특히 30%대 초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쟁에 환멸을 느끼는 중도층 ·무당층을 윤 대통령이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여당도 할 말은 많다. 거대 의석수를 내세워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잡기를 하는 야당은 과연 협치하고 있냐는 항변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이 좋은 법안을 내도,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다 하고 있다”며 “규제 개혁과 국정 정상화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소수 여당으로선 법 개정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이 윤 정부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고 갈 중대 기로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당은 내년 총선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송 의원의 말처럼 주도권은 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 번쯤은 야당에 손을 내밀 법한 윤 대통령의 착한 명분도 없어지게 된다. 집권 2년 차, 총선은 사실상 ‘정권 심판’ 성격이 짙다.

여기에서 쓴잔을 마시게 된다면 윤 대통령의 입장도 난처해진다. 더는 야당이 ‘협치’를 당부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 중요한 정책 추진에 있어 ‘협조’를 구해야 할 어려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