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 1년] 물가·수출 '이중고' 속 악전고투…점진 회복 기대도

2023-05-09 05:00
물가·금리·수출 '삼중고'에 짓눌려 우왕좌왕
내수가 유일한 버팀목…경기부양 선회 '고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지난 1년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최고 6%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대로 내려오는 등 체감 지표는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무역수지와 같은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암울하다.

수출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지탱해 왔다. 

경기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과 위험 요인이 상존하지만 고물가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만큼 조만간 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韓경제 황폐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부터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시장 안정에 전력투구해 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고 원·달러 환율 역시 1300원선까지 치솟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중이었다. 

1년에 걸친 대응과 수습 끝에 물가가 서서히 잡히고 있다. 지난해 여름 6.3%까지 올랐던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7%까지 둔화했다. 

다만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4.6%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폭등한 곡물과 원자재 가격도 시차를 두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 외식 물가는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을 키웠고, 품목별 햄버거(17.1%), 피자(12.2%), 치킨(6.8%)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물가는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많이 올랐기 떄문에 물가 안정 대책의 효과가 발휘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활성화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미국발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시 연 1.75%였던 기준금리는 1년 만에 3.5%로 두 배 올랐다.

물가는 진정되고 있지만 고금리에 따른 파급 효과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걱정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관련 높은 이자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늘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1019조8000억원이다. 자영업 대출자 중 56.4%는 가계대출을 받은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 즉 한계차주다. 
 
14개월 연속 무역적자…역대급 수출 부진 
거시 경제로 눈을 돌리면 역대급 수출 부진이 눈에 띈다. 4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줄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최장이다.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적자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50억65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78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 등 수출의 양대 축이 동반 부진을 보인 탓이다.

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는데도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가을보다는 낮지만 연초 대비로는 10%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현 경제팀이 가장 잘못한 부분은 환율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라면서 "환율과 관련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다 보니 기준금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었고 경기 침체의 단초가 됐다"고 짚었다.
 
민간이 경제 지탱…"내수 회복에 경기 하락세 완화"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내수 시장이 버텨주며 경기 하락세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가 220억 달러가 넘어서고 설비투자가 4.0% 감소하는 등 주요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0.5%)가 증가하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해 4분기(-0.4%) 마이너스로 돌아선 경제 성장률은 소비 회복에 힘입어 한 분기 만에 반등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부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내수가 회복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하락세는 완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소매 판매 부진도 완화하면서 소비가 완만한 회복 가능성을 보였다. 실제로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매출 추이에서도 소비 회복세가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달 국내 주요 25개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나들이 인구가 늘면서 의복, 잡화 등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제는 경제 정책의 목표를 인플레이션 잡기보다 경기 회복력 강화에 둬야 할 때"라며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