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DB총회] 이창용 "예금, 더이상 안정적 자금조달원 아냐…SVB사태로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가 은행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예금은 더이상 안정적인 자금조달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3일 오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 참석해 해당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힌 뒤 "규제나 감독체계에 있어 긴급 자금지원이나 예금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 총재 외에도 아사카와 마사츠구 ADB 총재와 인도네시아·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여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미국·유럽은행발 금융불안 여파가 아시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해 "은행 구조가 서로 다르다보니 아시아에선 금융불안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일례로)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미국과 달리 한국 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으로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직면해 있는 한국 등 은행권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역풍과 지정학적 분절화, 강달러 등 외환압박과 자본유출 리스크가 추가 긴축 여부에 따라 가능성이 있다고 꼽았다. 그는 다만 "선진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거의 마무리단계인 만큼 그 영향은 작년보다 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내일 새벽 발표될 미국 FOMC 일정을 언급하며 "미국이 지난해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때와 다르나 고금리 기조가 오래 갈수도 있으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중요한 이슈로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꼽기도 했다. 그는 "여러 리스크 우려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쟁 종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경제위기 관련 제언에 대해선 "천편일률적인 권고를 드리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만 보더라도 처해진 환경이 천차만별이고 수출국 또는 수입국인지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대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정책으로 귀결하긴 어렵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통화 및 재정정책에 크게 의존해 경제를 개혁했다"면서 "반면 저희도 일시적으로 통화·재정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성장률을 기대해선 안된다. 선진국의 사례에서의 구조적 경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