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의 너섬세상] '50만원 밥값'에 정치인·유권자는 '동상이몽'
2023-04-22 06:22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긴 하거든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한 말이다. 최근 전대 돈봉투 의혹이 여의도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위해 50만~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살포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돈이 오간 사실 자체를 옹호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꼬투리를 잡기엔 그 '액수'가 너무 적지 않냐며, 은근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정성호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의혹과 관련해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수준의 금액" 이라며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밖에도 기자와 통화한 모 의원은 "총선 대비 체제에 들어간 지금처럼 중요한 시점에 '겨우 50만원'으로 잡음을 만든 이들이 한심하다"고 했다.
겨우 50만원. 실제로 전당대회 등 선거 때면 무급 자원봉사 수준으로 일하는 실무자들을 위해 선배들이 돈을 쓰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앞선 의원들의 말처럼 50만~300만원은 인원에 따라 실무자들 밥 한 번, 차비 한 번 챙겨주면 끝나는 돈이다.
그러나 정치권 밖에서 50만원은 대부업 수준의 고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빌려야 하는 돈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긴급 소액생계비대출은 최대 100만원을 연 15.9% 금리에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상당히 높은 금리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상품이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2만5000여명이 상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대출자 대부분은 민주당이 회의마다, 간담회와 토론회마다 외치던 '금융취약계층'이었다.
심지어 민주당도 금융취약계층에게 50만원이 얼마나 절실한 돈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생계비 대출 상품에 고금리를 설정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금리 인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 돈봉투 논란에서는 취약계층들의 공감대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은연중에 드러난 민주당의 진심이 더욱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아이러니한 것은 50만원이 우스운 민주당 의원들이 마음을 얻어야 할 대상이 바로 50만원이 아쉬운 금융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왜 소통에 기반한 진실한 정치가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 '민생 최우선 정당' 민주당과 '민생이 최우선돼야만 하는' 취약계층이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가졌는데 진심이 통하는 정치가 될 리 있겠는가.
총선이 일 년여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정국을 타개하려 민생 정책에 힘을 쏟는 민주당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하려면 소구 대상이 누구인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생활고로 신음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마인드 세팅도 다시 해야 한다. 그러는 척이라도 필요하다. 최소한 '겨우 50만원'처럼 공감성이 결여된 실언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와 '민생이 나아지길 바라며' 민주당을 찍는 유권자들의 동상이몽만 확인하게 될 것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한 말이다. 최근 전대 돈봉투 의혹이 여의도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위해 50만~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살포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돈이 오간 사실 자체를 옹호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꼬투리를 잡기엔 그 '액수'가 너무 적지 않냐며, 은근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정성호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의혹과 관련해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수준의 금액" 이라며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밖에도 기자와 통화한 모 의원은 "총선 대비 체제에 들어간 지금처럼 중요한 시점에 '겨우 50만원'으로 잡음을 만든 이들이 한심하다"고 했다.
겨우 50만원. 실제로 전당대회 등 선거 때면 무급 자원봉사 수준으로 일하는 실무자들을 위해 선배들이 돈을 쓰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앞선 의원들의 말처럼 50만~300만원은 인원에 따라 실무자들 밥 한 번, 차비 한 번 챙겨주면 끝나는 돈이다.
그러나 정치권 밖에서 50만원은 대부업 수준의 고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빌려야 하는 돈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긴급 소액생계비대출은 최대 100만원을 연 15.9% 금리에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상당히 높은 금리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상품이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2만5000여명이 상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대출자 대부분은 민주당이 회의마다, 간담회와 토론회마다 외치던 '금융취약계층'이었다.
심지어 민주당도 금융취약계층에게 50만원이 얼마나 절실한 돈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생계비 대출 상품에 고금리를 설정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금리 인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 돈봉투 논란에서는 취약계층들의 공감대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은연중에 드러난 민주당의 진심이 더욱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아이러니한 것은 50만원이 우스운 민주당 의원들이 마음을 얻어야 할 대상이 바로 50만원이 아쉬운 금융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왜 소통에 기반한 진실한 정치가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 '민생 최우선 정당' 민주당과 '민생이 최우선돼야만 하는' 취약계층이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가졌는데 진심이 통하는 정치가 될 리 있겠는가.
총선이 일 년여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정국을 타개하려 민생 정책에 힘을 쏟는 민주당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하려면 소구 대상이 누구인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생활고로 신음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마인드 세팅도 다시 해야 한다. 그러는 척이라도 필요하다. 최소한 '겨우 50만원'처럼 공감성이 결여된 실언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와 '민생이 나아지길 바라며' 민주당을 찍는 유권자들의 동상이몽만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