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1300억 달러 삭감"vs 바이든 "정신 나간"…부채 한도 놓고 대치

2023-04-20 16:45
재무부 특별조치로 초여름께까지 시간 확보한 상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부채 한도 상향 조건으로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1300억 달러(약 170조원)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정신 나간 생각"이라며 반발했다.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한 공화당과 백악관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CNN·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내년 3월까지 부채 한도를 1조5000억 달러 상향하는 대신 연방 정부 예산을 1300억 달러 지출을 줄이는 법안을 공개했다. 연방정부의 미래 예산 증가율도 1% 내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공약 사업 관련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특정 전기차를 구매할 시 세액 공제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 조사 예산, 학자금 부채 탕감 사업 등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업을 노린 것이다. 

매카시 의장은 "대통령은 부채 위기를 무시하고 있다"며 "만일 행정부가 예산을 더 쓰고 싶다면, 미국의 가정처럼 다른 부분에서 지출을 줄여야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선택할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 정치적 대립을 끝내거나, 협상을 거부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역사상 첫 번째 디폴트를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제안에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비난하며,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처럼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부채 축소는 부채 한도 상향과 별개로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폴트 테이블에서 벗어나 경제를 성장시키고 적자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부채 한도(31조 달러)를 모두 소진했다. 미국 재무부는 각종 정부 펀드의 투자를 중단하거나 일정 부분 정부 빚을 줄이는 '특별조치'를 가동한 상태다. 이를 통해 7~8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감이 다가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수 감소로 인해 일부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마감 시한이 빨라질 수 있다. 8월이 아닌 6월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 정부가 부채 상향 조정에 실패해 디폴트에 근접하면 국채 가격 폭락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 국채 매도 행렬이 연이어 나타나면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국채 보유를 늘려왔던 은행들의 연쇄적인 파산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