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개발자 극단적 선택..고용부, '직장 내 괴롭힘' 수사 착수

2023-04-19 14:26
유족 측 "회사가 상급자 괴롭힘 방치" 고소
네이버 측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나 정황 없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10여년간 네이버에서 근무한 30대 개발자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을 수차례 호소했다며 강제수사를 촉구했고, 고용노동부는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은 네이버 스포츠 관련 개발팀 소속 개발자 A씨(37) 사망 사건과 관련해 최근 네이버를 입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노동청 관계자는 "네이버를 상대로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워킹맘은 죄인인가"...주변에 고충 호소
2009년 2월 네이버에 신입으로 입사한 A씨는 2015년 2월 육아휴직을 하고 이듬해 2월 복직하면서 종전과 달리 스포츠 관련 개발팀에서 일하게 됐다. 이때 A씨는 주변에 상급자 B씨로부터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부당 대우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수차례 고충을 토로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이후 사내 OCC(Open Career Chance‧내부 채용) 제도를 이용해 팀을 옮기길 희망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탈락을 경험했고, 결국 직무 관련성이 적은 팀으로 배정되면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A씨는 지난해 1월 육아휴직 신청을 한 번 더 한 뒤 복직을 앞둔 그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의 요지다. 

A씨 유족 측은 육아휴직 복직 후 팀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B씨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육아기(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희망하면 회사는 연장근로 제한, 근로시간 단축, 탄력적 근무 등 근로시간 조정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유족 측은 B씨가 A씨의 근로시간 단축 등 신청도 사실상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A씨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네이버에 메일 등을 통해 신고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네이버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여력이 없다'는 말을 되게 많이 했다"며 "복직 날은 다가오고 대책은 없고 그러면서 막판에는 정신과 약물에 의존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회사에서 나가라는 거 같아. 워킹맘은 죄인인가', '병까지 얻으니 무너져버리는 거 같아', '회사 관둬야 하는 걸까. 계속 괴롭혀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병까지 얻었어', '회사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 '거기 너무 끔찍해. 사람을 피말려' 등 고충을 주변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 사망원인 네이버에 있나...'자료제출 여부' 핵심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여부 파악을 위해 입증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선별적인 자료를 제출했다며 지난달 24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와 A씨의 상급자 B씨 등을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고소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네이버는 "고인과 고인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나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 수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A씨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네이버에 있는 것인지, 개인 사정으로 인한 극단 선택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려면 사측의 적극적인 자료제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A씨와 B씨의 대화내용, A씨가 회사에 피해를 신고하거나 면담한 기록, 괴롭힘 피해 근로자 보호조치 여부 등 네이버의 자료제출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노동전문 A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는 피해 근로자 보호조치 등 사용자가 준수해야 하는 여러 의무가 있다"며 "피해자는 자료가 없으니, 회사가 괴롭힘 사실이 없음을 자료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