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했지만…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2023-04-17 18:00

[자료=금융감독원]

코로나19 이후 촉발된 강세장에 증권사로 흘러갔던 퇴직연금의 ‘머니무브’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의 입김이 들어가는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PR)에서 증권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약세에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338조원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과 근로자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PR)으로 구분돼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건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26%가량 증가했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근로자 개인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운용할 수 있게 한 퇴직연금이다. 직장을 여러번 옮기더라도 퇴직금을 한 계좌에 모아뒀다가 노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식이다.
 
DC형의 적립금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가까이 증가했다. DC형 퇴직연금은 사용자가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매년 부담금으로 납입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해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변동되는 방식이다.
 
업권별로는 DC형에서 증권사의 적립금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14조531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조4529억원으로 20% 증가했다. 보험(10%), 은행(13%)권의 증가율 대비 높다.
 
IRP의 적립금도 증권업권의 증가율이 높았다. 1분기 말 증권업권의 IRP 적립금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18조4299억원을 기록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IRP의 경우 연말 퇴직에 맞춰 적립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은행이 강세”라면서 “DC형은 은퇴 이전에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투자상품이 많은 증권 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DC형과 IRP는 근로자·개인이 퇴직금을 운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개인이 운용 방법을 선택하지만 금융회사 포트폴리오와 상품 제안 등 운용 노하우 영향을 받는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DC형에선 KB증권의 적립금이 26% 늘면서 7조원을 넘겼다. KB증권은 IRP 적립금도 43%가량 증가하는 등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DC, IRP에서도 채권을 매수 가능 상품으로 확대한 점이 고금리 시대에 부각돼 적립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금수령 시 연금소득세로 과세돼 복리로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권업권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지만 수익률은 높지 않다. 은행업권과 보험업권에서도 DC형, IRP 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은 곳은 드물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인 탓이다.
 
증권사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곳은 현대차증권이다. 1분기 수익률은 -9.91%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DC형 원리금비보장 적립금은 전년 동기 411억원에서 377억원으로 감소했다.
 
DC형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대체로 2%대인 가운데 KB증권(3.14%)이 가장 높았다. 적립금이 2조원이 넘는 대형사들은 한국투자증권(3.11%), 미래에셋증권(2.77%), 삼성증권(2.72%) 순으로 나타났다.
 
IRP에선 1분기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 하나증권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이 -8.3%로 가장 낮았다. 원리금 보장 수익률은 한국투자증권이 3.55%로 가장 높았다.
 
증권사의 경우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은 70% 안팎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펀드 등 원리금비보장(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강세장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노후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는 퇴직연금도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달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직연금이 원리금 상품에 치중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종진 본부장은 "증권사들이 포트폴리오 서비스, 투자 조언 등도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은 '투자하는 연금'이 중요하다"며 "일정 부분 투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