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아파트 거래량도 넘었는데... 전세사기에 '애물단지' 된 빌라
2023-04-11 18:05
집값 급등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다. 전세사기 사건 여파로 선호도가 낮아진 데다 정부가 대출과 세제·청약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주택 거래량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월 전국 빌라 매매 거래량은 7021건을 기록했다. 전체 주택 거래량(7만7490건) 중 9.1%에 해당한다.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월별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월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1572건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3782건) 대비 50.5% 감소했다. 서울 주택 전체 거래(3975건)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7.4%로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보다 거래 비중이 낮았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 서울 연립주택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422만원을 찍은 뒤 지난달 415만원까지 떨어졌다.
빌라 시장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대체재로 호황을 누렸다. 아파트 값이 급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빌라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몰렸다. 이에 2020~2021년 월별 기준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뛰어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보증보험 문턱이 높아져 매수세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빌라 시세 기준 매매가가 아닌 공시가 대비 140%로 잡고 오는 5월부터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100%가 아닌 90% 안에 들어와야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시가격 대비 150%에 전세가율 100%였던 기존과 비교하면 보증한도가 126%로 축소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춰 기존 전세가보다 수천만 원 내린 가격에 전세 매물을 내놓거나 보증금을 낮추고 차액을 월세로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으로 빌라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가격 하락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빌라 시장에 냉랭한 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 여력도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현재 시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며 "아파트 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빌라 매수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가격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