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지도부, 첫 사정 대상은 금융권…"실물경제에 도움 안 돼"

2023-04-10 14:5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진핑 3기 지도부가 첫 '시범 케이스'로 금융권을 겨냥하고 있다. 금융권이 실물경제 지원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사정 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은행업계 내 비리 척결에 나선 가운데 2월 이후 현재까지 총 10명 이상의 임원들이 조사 및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의 류롄거 전 행장은 '중대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지난달 말에 조사를 받았다.

은행권 내에서도 특히 설비, 운송업계 대출 및 리스 업무 관련 임직원에 대한 조사가 거세진 모습이다. 공상은행의 전 리스 부서 책임자인 공린이 대표적이다. 그는 2020년부터 차이나 르네상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기업의 설립자인 바오판은 지난 2월 이후 실종 상태로 정부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FT는 전했다. 

사정 바람은 은행권을 넘어 증권업계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FT가 중국 내 20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분의2 이상이 작년에 임원 급여를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중국 주요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작년에 임원 급여를 10% 이상 삭감했고, 보너스는 최대 40%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황금거래소와 벤처캐피털업체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는 등 사정 바람이 금융권 전반을 강타한 모습이다. 심지어는 금융 감독당국조차 최근 부서 개편 이후 급여가 삭감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율위는 지난 6일에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금융업계의 청렴 리스크와 감독관리 상황을 전면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금융권 사정 의지를 다졌다.
 
금융업 손보기
이처럼 사정의 칼날이 금융계 전반을 강타한 것은 금융 부문이 실물경제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시 주석의 판단이 작용한 모습이다.

시 주석은 지난 수년간 금융업계가 실물경제를 한층 더 지원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작년 10월에는 당이 심층적 구조 개혁을 단행해 "모든 종류의 금융 활동을 규제하에 두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 내에서는 금융권 자금이 실물경제로 유입되기보다는 주로 주식 및 부동산 투자 등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지적이 오랜 기간 제기되어 왔다.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인 UC샌디에이고대학의 빅토르 시 교수는 최근 금융업계에 불어닥친 사정의 배후에는 시 주석의 뿌리 깊은 '금융업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며,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금융업 '손보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 주석은 2012년 주석 선출 이후에는 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세우며 당을 비롯한 공직사회에 대해 대대적 사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2017년부터는 사정 범위를 국유 관련 조직 및 민간 기업들로 확대했다.

FT는 시 주석이 지난 2021년부터 사회 내 불균형 해소에 목표를 둔 '공동 부유'를 내세우면서 사정 당국의 칼날이 금융계를 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부패 전문가인 홍콩대의 주지앙난은 시진핑 3기 지도부가 금융업 부패에 따른 금융 안정성 저해 가능성을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